김민욱 사회팀 기자 |
A씨의 거짓말은 폐쇄회로(CC)TV로 밝혀졌다. A씨가 뒷좌석이 아닌 운전석에서 내리는 장면이 확인된 것이다. 경찰은 A씨를 즉각 경찰서로 끌고 가려 했지만 때는 늦었다. A씨가 은근슬쩍 집 안으로 들어가 문을 잠갔기 때문이다. A씨는 1주일 뒤 경찰에 나와 조사를 받았다. 그는 “운전 미숙으로 사고를 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당시 대리기사에게 운전을 맡겼다는 거짓말을 한 게 확인됐지만, 음주측정을 하지 않아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가 얼마였는지 기록이 없는 경찰로서는 답답한 노릇이었다.
경찰 내부에선 이 같은 음주운전 은폐 시도가 점점 교묘해지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지난해 말 음주운전 기준과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이른바 ‘윤창호법’이 국회를 통과한 뒤 벌어지는 현상이라고 한다.
최근엔 경기 의정부에서 만취운전으로 사망사고를 낸 뒤 운전자를 바꿔치기한 혐의로 기소된 30대에게 징역 6년이 선고되기도 했다. 오토바이 운전자를 들이받은 범인은 사고가 나자마자 동승자에게 “이번에 걸리면 징역”이라며 “변호사 비용을 다 부담할 테니 대신 운전한 것으로 해 달라”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윤창호법의 시행으로 6월 말부터는 음주운전자에 대한 면허 정지·취소 기준도 강화된다. 하지만 술 마시고 사고를 내는 것에 대해 관대한 의식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범죄는 반복되고 이를 감추려는 시도 또한 계속 이어질 수 있다. 성남의 제네시스 운전자가 경찰에게 버젓이 거짓말을 했는데도 일주일 뒤 출석해 조사받게 된 것도 ‘술 마셨으니…’ ‘술이 원수지…’와 같은 종전의 온정주의가 반영됐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김민욱 사회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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