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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 두 가지 관세 조치를 차례로 단행했다. 수입차와 부품에 대한 25% 고율 관세 부과 결정을 6개월 연기한데 이어 캐나다·멕시코산(産) 철강과 알루미늄에 부과한 고율 관세를 철폐했다. 중국과의 무역 전쟁이 치킨게임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동맹국들과의 무역 분쟁에서 확전을 피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비준의 걸림돌을 제거하고 중국에 '올 코트 프레싱'하겠다는 전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포고문을 통해 유럽연합(EU)과 일본 등으로부터 수입되는 자동차와 부품에 대한 관세부과 결정을 최장 180일 연기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그는 '무역확장법 232조'를 바탕으로 수입 자동차 및 부품이 국가안보를 해친다며 25%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멕시코에 대한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철폐한다는 입장도 나타냈다. 철강 제품에 25%, 알루미늄 제품에 10%의 관세를 각각 부과한 지 약 1년 만에 내린 조치다. 이에 캐나다와 멕시코도 미국에 대한 보복관세를 없애기로 했다.
이번 결정으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을 대체할 USMCA의 각국 비준 절차는 가속 폐달을 밟게 됐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적 무역 충돌을 중단하라는 국내적 압박에 고개를 숙이는 한편 점점 고조되는 중국과의 무역 전투에 집중하기 위해 동맹들과의 무역 긴장을 누그러뜨리고 있다"고 해석했다. 중국과의 무역 전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또 다른 전선의 시작을 피한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다수 당국자들은 중국과의 무역협상이 난관에 빠진 점과 USMCA의 의회 비준이 시급하다는 점을 감안해 관세 카드를 내밀 적기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자동차 관세 결정 연기 조치에는 일본 및 EU와의 무역협상에서 자동차 관세 카드를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계산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 논리보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온 만큼 자동차 '관세 폭탄'은 여전히 화약고로 남게 됐다. 시간을 연기했을 뿐, 수입 자동차와 부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180일 이내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대통령은 추가 조처를 할지 여부와 취한다면 어떤 조처를 할지에 대해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포고문에서도 수입산 차량과 부품이 '국가안보 위협'이라는 상무부의 결론에 동의한다는 점을 적시했다. '국가안보 위협'이라는 명분으로 언제든 칼자루를 흔들 수 있다는 의미다.
해당 국가들은 안도의 한숨을 돌리게 됐다. 특히 한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협상이 이뤄진 한미 협정을 고려한 만큼 향후 관세부과에서 제외될 여지가 있다. 백악관은 이날 "대통령은 한국과의 FTA를 크게 향상하기 위한 조처를 했으며, 이로써 미국의 자동차 산업을 보호할 수 있는 핵심 개선사항들을 확보했다"고 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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