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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김봉수 특파원] 미ㆍ중 양국이 '관세 대(對) 관세'로 맞서면서 무역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중국이 600억달러(약70조원)대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보복 관세를 부과하자 미국도 3000억달러(약350조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 절차에 나섰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 무역대표부(USTR)는 이날 오후 홈페이지에 3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위해 해당 상품 리스트를 게재했다. 세계 최대 휴대폰 회사인 애플사가 중국 공장에서 생산해 수입하는 아이폰과 미국의 대중국 최대 수입품 중 하나인 장난감 등이 목록에 포함됐다. USTR은 다음달 17일 이같은 대중국 관세 부과를 위한 공청회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미국이 이같은 관세 부과를 현실화하면, 사실상 미국에 수입되는 모든 중국산 물품에 관세가 부과되는 셈이다. 앞서 미국은 지난해 4월 500억달러(25%), 지난해 9월 2000억달러(10%) 등 현재까지 2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지난 10일부터는 2000억달러 규모의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10%에서 25%로 15%포인트 인상하기로 했다. 중국의 대(對)미 상품 수출액은 지난해 기준 5395억340만달러였다. 반면 미국의 대(對) 중국 상품 수출 규모는 같은 기간 1200억달러에 그쳤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와의 회담 도중 기자들에게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6월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만날 예정"이라며 "좋은 결과가 있을 수도 있다"고 밝힌 상태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중국을 향해 미국의 보복관세 부과 등에 대응해 너무 멀리 가지 말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는 "보복이 있을 수 있지만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은 이날 오전 8시40분쯤 중국 정부가 600억달러 규모의 보복 관세 부과 방침을 밝힌 후 나왔다. 중국 정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응해 6월 1일 오전 0시부터 미국산 수입품 일부에 대해 추가 관세를 부과할 방침으로, 관세율은 품목별로 5%, 10%, 20%, 25%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 측이 추가 관세 부과를 통해 무역갈등을 고조시키고, 협상을 통한 무역 이견 해소라는 원칙을 어겼다"며 "다변주의를 지키고, 우리의 합법적인 권한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미국산 수입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게 됐다"고 밝혔다.
보복 관세가 부과되는 품목은 총 5140개 품목이다. 2493개 품목은 25%, 1078개 품목은 20%, 974개 품목은 10%, 595개 품목은 5% 관세를 부과한다. 이번에 추가 관세가 부과되는 품목들은 지난해 무역전쟁 발발 후 중국 측이 미국의 '관세 폭탄'에 대응해 보복 관세를 부과했던 6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이다. 중국 정부의 관세 부과는 지난 10일 미국 정부가 기존에 10%였던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25%로 인상한 후에 나온 보복 조치다. 구체적으로 소형 비행기, 컴퓨터, 화학제품, 육류, 밀, 와인, 액화천연가스 등도 관세 부과 대상이다. 다만 일부 부품 및 자동차 수입 등은 들어있지 않다.
이처럼 미중 양국이 관세 대 관세로 맞불을 놓으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충격을 받았다. 미국 뉴욕증시는 이날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617포인트나 추락하는 등 3대 주요 지수가 모두 급락했다. 반면 안전 자산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국제 금값과 미 국채 가격은 큰 폭으로 올랐다.
미ㆍ중 양국의 관세 전쟁이 불거지면서 미국의 중앙은행격인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결정에도 영향이 미칠 전망이다. 이날 골드만삭스는 보고서를 통해 "높아진 관세로 인해 물가가 오를 수 있고, 이는 미국 경제성장률을 잠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경기 침체가 가시화될 경우 Fed가 금리를 인하할 수 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보스턴 연방준비은행의 에릭 로젠그렌 총재는 이날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관세 충격이 경기 둔화를 초래한다면, 기준금리 인하를 포함해서 대응 조치들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뉴욕=김봉수 특파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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