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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암 줄기세포도 없애는 '텔로미어 항암제' 개발 꿈은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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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선미 기자의 블록버스터 탐구 ①코미팜 '코미녹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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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은 누구에게나 괴롭다. 대기업 총수라도 예외는 아니다. LG그룹을 이끌었던 고 구본무 회장을 끈질기게 괴롭혔던 병마는 교모세포종 뇌암이다. 평균 생존 기간이 1년 이하일 정도로 난치성 질환이다.

최근 교모세포종 뇌암을 치료하는 신약 개발에 과감하게 도전장을 던진 국내 중소기업이 있다. 동물용 의약품을 주로 연구개발하는 코미팜이다. 동물용 의약품을 개발하던 노하우는 인체 의약품을 연구하는 밑거름이다. 화이자·바이엘 같은 글로벌 제약회사도 코미팜처럼 동물용 의약품을 연구개발한다. 지난달 30일 암세포의 텔로미어를 직접 공략하는 새로운 기전의 텔로미어 항암제(상품명 코미녹스)를 연구개발 중인 코미팜 의약사업부문 송봉규(사진) 상무를 만나 글로벌 신약 개발 가능성에 대해 들었다. 그는 코미녹스 제품화를 위한 임상시험 약의 생산부터 품질관리, 임상시험 진행 점검 등을 진두지휘한다.

송 상무는 텔로미어 항암제의 차별성에서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는 “코미녹스처럼 암세포의 텔로미어를 직접 공략하면 보다 근본적으로 암을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텔로미어는 세포의 수명에 관여하는 일종의 ‘세포 타이머’다. 텔로미어가 망가지면 정상 세포가 암세포로 바뀌면서 무한 증식한다. 표적 항암제는 시간이 지나면 내성이 생겨 치료 효율이 떨어지고 면역 항암제는 사람에 따라 약효가 제각각인 한계가 있었다. 반면 텔로미어 항암제는 이 같은 제약이 없다. 텔로미어 항암제의 작용 기전 때문이다. 송 상무는 “모든 암세포는 텔로미어가 손상돼 있어 코미녹스 같은 텔로미어 항암제로 치료하면 암세포는 물론 암 재발·전이 등 암 증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암 줄기세포까지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코미녹스의 암세포의 사멸 효과는 고무적이다. 나노 테크놀로지를 활용한 기초연구에서 광범위한 암세포 사멸 효과가 확인됐다. 송 상무는 “실험 대상인 200여 종의 암세포 중 180여 종에 사멸 효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암 치료에 적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암 치료 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임상시험도 착착 진행 중이다. 첫 임상시험은 교모세포종 뇌암이다. 송 상무는 “교모세포종 치료 분야에서 명성이 높은 찰리 테오 박사가 코미녹스의 가능성을 눈여겨보고 먼저 임상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뇌암은 암 중에서도 항암 치료가 까다롭다. 뇌 조직으로 해로운 물질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는 방어체계인 혈뇌장벽(BBB)이 항암제까지 차단한다. 현재 교모세포종 뇌암의 표준치료제로 쓰이는 테모졸로마이드(TMZ)의 BBB 통과율은 20~30%에 그친다.

반면 코미녹스는 BBB 통과율이 98%에 이른다. 송 상무는 “코미녹스는 기존 항암제와는 다른 새로운 기전으로 면역 항암제를 넘어서는 블록버스터 신약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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