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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이슈 최저임금 인상과 갈등

프랑스, 확 올리니 실직 급증… 독일, 찔끔 올리니 소득 제자리 [각국 최저임금 인상 실험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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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불평등 확대에 불만 커지자 그리스·한국 등 속속 인상 나서
앞서 최저임금 올린 다른 나라들 임금 중간값의 60%선 타협했지만 정책 효과 달라 시행착오 불가피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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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부터 한국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각국이 최저임금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적정 인상폭에 정답은 없으며 시행착오를 거쳐 답을 찾는 수밖에 없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현지시간) 각국이 앞다퉈 최저임금을 끌어올리고 있다면서 현재 흐름으로 볼 때 임금 중간값의 60% 또는 이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 각국이 내놓은 정답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수년간에 걸친 미약한 임금상승률과 소득불평등 확대에 따른 유권자들의 불만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방편으로 임금인상을 꾀하고 있지만 지나치게 올릴 경우 일자리 감소라는 부작용을 부를 수 있어 너무 높지도, 너무 낮지도 않은 적정수준을 찾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임금 중간값 60%가 정답?

필립 해먼드 영국 재무장관은 지난 3월 최저임금이 25세 이상 노동자 임금 중간값의 60%를 넘도록 끌어올리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는 20년 전 토니 블레어 당시 노동당 정부가 시작한 최저임금 인상 정책의 종착지다. 블레어 정부 때부터 추진된 장기적인 최저임금 인상 계획에 따르면 영국의 최저임금은 2020년 25세 이상 노동자 임금 중간값의 60%까지 오르게 된다. 해먼드 장관은 최저임금을 목표보다 더 올려 60%를 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도 이미 2017년 이후 최저임금을 30% 가까이 끌어올렸고, 현재 최저임금은 임금 중간값의 66% 가까이 된다.

미국도 최저임금 인상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하원 민주당은 연방 최저임금을 지금의 2배 넘게 끌어올려 시간당 15달러로 높이는 법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미 최저임금은 임금 중간값의 70%에 육박하게 된다.

매사추세츠대의 아린드라지트 두베 경제학 교수는 최저임금을 임금 중간값의 100% 수준까지 끌어올리면 노동자 절반의 임금을 하나로 묶는 셈이 돼 노동시장에 심각한 충격을 줄 수밖에 없지만 50~60% 수준은 국제 기준으로나 미국의 경험으로 봐도 적정한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정책 효과는 제각각

높은 최저임금의 효과는 나라별로 다르게 나타난다. 임금 중간값의 60%를 살짝 웃돌아 최근까지도 전 세계에서 최저임금이 가장 높은 나라였던 프랑스와 포르투갈은 험한 꼴을 봤다. 수년 동안 높은 청년 실업률로 몸살을 앓고 있다. 헝가리는 2002년 중간값의 36%이던 최저임금을 2년에 걸쳐 57%로 끌어올렸고 그 결과 전체 노동자의 10%가 일자리를 잃었지만 살아남은 90%는 50% 임금인상 혜택을 누렸다. 특히 사라진 일자리 대부분은 외국 시장에서 임금상승에 따른 가격경쟁력 약화를 보완할 수 없었던 수출업체들에 집중됐다.

독일의 경우 2015년 최초로 연방 최저임금을 도입해 임금 중간값의 50% 수준으로 정했지만 고용에는 충격이 없었다. 실업률도 현재 사상 최저 수준인 3.2%를 기록하고 있다. 다만 고용주들이 노동시간을 줄이는 방법으로 대응해 저임금 노동자들의 실제 소득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영국은 정책이 성공한 대표적인 나라다. 4월 독립적 정부자문기구인 저임금위원회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최저임금 노동자들의 소득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을 감안할 경우 최저임금이 오르면 이듬해 약 5000파운드(약 760만원) 높아진다. 최저임금 상승에도 불구하고 최근 영국 실업률은 1975년 이후 최저수준인 3.9%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현재 임금 중간값의 60%가 대세이지만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다면서 시행착오를 거쳐 찾아내는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OECD 이코노미스트 안드레아 가네로는 "60%가 적정수준인지는 모른다"면서 "유일한 방안은 시행착오를 거쳐 찾아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매사추세츠대의 두베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 충격이 서서히 진행되는 것이어서 시행착오를 거칠 충분한 시간을 벌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의 충격이 "절벽을 만난다기보다는 완만한 언덕을 천천히 내려가는 것에 가깝다"면서 "실수를 하더라도 그 비용이 반드시 재앙적 수준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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