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30일 새벽 여의도 국회에서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위)가 열린 정무위원회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
지난달 22일부터 30일 새벽까지 약 7일 동안 펼쳐진 '패스트트랙 정국'. 선거제 개편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그리고 검경수사권 조정 관련 법률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태우겠다는 여야 4당(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과 이를 결사반대하는 자유한국당은 몸으로 부딪혔다.
우여곡절 끝에 결국 패스트트랙은 출발했다. 한국당은 여야 4당의 추진을 막지 못했다. 한국당은 "민주주의가 죽었다"며 거리로 나섰다. 국회와 장외를 넘나드는 전방위적 대여투쟁을 결의했다.
패스트트랙 대치 국면에서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투쟁을 진두 지휘했다. 민주당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위한 회의 강행 움직임이 포착되면 '긴급 비상 소집'을 선언하는 등 민첩하게 대응했다. 지난달 22일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지정에 전격 합의한 이후 나 원내대표는 "의회민주주의가 조종을 울린 것"이라며 결사항전을 불사하겠다고 밝혀왔다.
나 원내대표는 '싸울 때 싸운다'는 이미지를 구축해가고 있다. 나 원내대표는 국회 회의실 앞바닥에 누웠다. 나 원내대표를 필두로 한국당 의원들은 '헌법수호 독재타도' 구호를 외쳤다. 지난 3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김정은 수석 대변인'에 빗댄 발언으로 여론의 주목을 받은 이후 '대여투쟁력'을 높여가고 있다.
'투사' 이미지가 강화는 나 원내대표 개인에겐 실보다 득이 많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투쟁을 해가면서 약점으로 지적되는 '귀족' 이미지 탈피도 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원내대표 선거 당시 일각에서 '대여투쟁력이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대중적 인지도를 토대로 존재감도 키워간다. 이번 패스트트랙 국면에서 펼친 투쟁이 표 확장성 확보로 이어질 지는 지켜봐야하지만 보수권 차기 주자로 거듭났다는 얘기가 나올만큼 영향력은 커졌다는 평가다. 보수층 결집을 노렸다는 해석도 나온다. 나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 지정 당일 오후 보수 '빅텐트'를 강조했다.
'투쟁 일변도'가 한국당의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질 지는 아직 장담하기 힘들다. 결국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지정을 막지 못했다. 4대1이라는 수적 열세에서 '어깃장' 대신 일정 정도 타협을 해야 했지 않느냐는 지적도 존재한다. 논의할 시간이 있었음에도 한국당은 의원정수 10% 줄이고 비례대표를 없애는 선거제 개편안을 고수했다. 여야 대치 상황에서 각세우기에 치중해 보수층 결집이라는 반사이익 외에는 얻은 게 없지 않느냐는 비판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1분기 마이너스 성장 등 '경제 실정'으로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지층 이탈이 계속되고 있는데 투쟁으로 일관하면 대안세력으로 국민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지 우려가 있다"며 "대안정당을 내세우는 게 무색하지 않느냐. 여당 실정에만 얽매이기 보다 좀 더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할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강주헌 기자 z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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