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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강나훔 기자, 원다라 기자] 여야 4당이 30일 선거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했다. 지난 22일 4당이 합의를 이룬지 일주일, 보좌진을 동원한 몸싸움으로 극한 대치 상황이 이어진 지 5일 만이다. 이날도 패스트트랙 지정까지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패트 지정 신호탄 된 여당의 '권은희 안(案)' 수용=오후 5시 10분께부터 패스트트랙 지정을 향한 국회의 시계가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수처 법안을 별도 발의(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 대표발의)해 기존 법안과 함께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자는 바른미래당의 제안을 수용하기로 결정하면서다. 어떻게든 29일 안으로 패스트트랙을 지정하려는 민주당의 의지였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오늘(29일) 중으로 사개특위와 정개특위 회의를열어서 패스트트랙과 관련된 모든 법안 처리를 마무리하려 한다"고 했다. 이제 4당 합의까지 민주평화당의 바른미래당 제안 수용만 남은 상황. 평화당까지 권 의원 안을 받아들인다면 패스트트랙 지정을 위한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ㆍ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자유한국당의 결사항전=민주당의 권은희 의원 발의안 수용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회엔 순식간에 전운이 감돌았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7시 30분께 국회 220호ㆍ445호 회의실 앞에서 잇따라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끝끝내 여당과 범여권 정당이 선거법과 공수처 설치 법안을 패스트트랙에 태우려고 한다. 오늘 좌파 집권 연장 시동을 걸려고 한다"라며 "한국당 의원들께서 끝까지 우리의 헌법 수호의 의지를 강력히 표시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패스트트랙 저지를 위해 '육탄전'을 불사하겠다는 의지였다. 한국당이 또다시 물리력 행사를 예고, 또다시 국회 내 폭력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국회 내 모든 구성원들이 긴장하기 시작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오후 9시께부터 220호·445호 앞 복도에서 줄지어 드러눕거나 스크럼을 짠 채 여야 4당의 회의장 진입을 저지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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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당의 결단=밤 9시께 평화당 의원총회 회의장 앞에 기자들이 진을 치기 시작했다. 패스트트랙 지정 시도까지 평화당의 결단만 남은 상황이었기 때문. 평화당은 이날 오후 2시까지만 해도 "여야 4당안과 바른미래당이 제안한 법안을 모두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하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 패스트트랙 지정에 불참할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결국 평화당 선택은 '대의'였다. 장병완 평화당 원내대표는 밤 9시 50분께 의총장에서 나와 평화당의 패스트트랙 참여 소식을 알렸다. 그는 "개혁없이는 민생 국회 개혁 없다고 생각해서 선거제 개혁에 맨 먼저 앞장섰다"면서 "이 문제에 있어서 대의명분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회의장 바꾸고 질서 유지권까지…진통 끝에 지정된 패트=평화당의 패스트트랙 참여 결정 직후 정의당 심상정 정개특위원장과 민주당 이상민 사개특위원장은 곧바로 전체회의를 소집했다. 이들은 당초 밤 10시 회의를 소집할 예정이었으나 한국당 의원들이 회의장 입구를 봉쇄하며 특위 위원 진입을 막자 결국 회의장을 옮겨 개의했다. 사개특위는 220호에서 506호로 변경됐고, 정개특위는 445호에서 604호로 회의 장소가 바뀌었다. 두 위원장은 한국당의 강력한 항의에 각각 질서유지권을 발동한 채 회의를 진행했다. 회의가 열린 후에도 한국당 의원들은 5분 가량 발언을 이어가며 반대입장을 성토했다. 특히 정개특위 한국당 간사인 장제원 의원은 회의장이 변경될 때부터 "뒷구멍으로 들어와서 통과시키려 한다", "야합한 선거제도"라며 격앙된 말을 쏟아냈다. 다른 의원들의 발언 도중에도 고성을 지르며 항의했다. 사개특위 회의장 역시 한국당 의원들이 '좌파 독재', '독재 타도' 구호를 외치며 이 위원장의 발언을 가로막았다. 그러나 두 위원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회의를 진행했고, 자정을 넘긴 시간 두 위원회에서 패스트트랙 지정이 처리됐다.
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원다라 기자 superm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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