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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신남방 교두보…베트남 유통 현장] 3. 박항서 매직 앞엔 ‘정(情)’ 마케팅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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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9743만명(세계 15위). 1인당 국민소득 2500달러. 가계 소득 1만 8000달러 이상 고소득층 1000만명. 신(新) 남방 정책의 중심지인 베트남의 현주소다. 한국 기업에 베트남은 젊고 매력적인 시장이다.

▶1억 명에 가까운 인구 중 30대 이하 비율이 60% 이상으로 젊은 소비층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매년 6%대 (지난해 7.08%) 이상의 경제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친기업적인 정부 정책을 펼치기 때문이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7000개가 넘는 이유다.

베트남은 신 남방 진출을 위한 전략적 요충지기도 하다. 인도네시아ㆍ말레이시아ㆍ필리핀ㆍ태국 등 아세안 10개국과 인도를 연결하는 교두보이기 때문이다. 평균 연령 30세, 총인구 20억명에 달하는 신 남방 시장은 내수시장은 물론 기존 수출시장에서 활로를 찾지 못하는 우리 기업에 단비와 같다.

젊은 베트남의 변화도 빠르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을 통해 급변하는 신 남방 경제 한류 현장을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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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 한 가정에 마련된 제단에 초코파이가 올려져 있는 모습. [사진 오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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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5. 띤깜(정감)


1억 9200만개. 지난 2월 베트남 최대 명절인 설(뗏) 기간 동안 팔린 초코파이 개수다. 오리온 초코파이는 지난해 처음으로 한국보다 베트남에서 더 많이 팔렸다.

오리온은 지난해 베트남 초코파이 매출이 전년 대비 15% 증가한 920억원의 판매고를 올리며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판매 개수는 6억개다. 지난해 국내에선 3억 7000만개의 초코파이가 팔렸으며 83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 1995년 베트남에 처음 수출된 초코파이가 24년 만에 한국 매출을 넘어 ‘국민 과자’ 반열에 오른 이유는 뭘까.

바로 ‘띤깜(정감)’ 마케팅 때문이다. 오리온은 베트남인이 한국인과 마찬가지로 ‘정(情)’을 중요시한다는 것을 간파하고 마케팅에 활용했다.

그 결과 초코파이는 베트남 명절에 가족이나 친지, 가까운 사람들끼리 주고받는 선물이 됐다. 초코파이는 또 베트남 가정의 제사상에 오를 정도로 사랑받는 국민 파이로도 자리매김했다. 베트남 일반 가정은 제단을 마련해 매일 조상을 기리는데 영정 앞에 초코파이를 놓는 것이다. 게다가 약혼식이나 결혼식 하객 답례품으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호찌민에서 만난 뚜엣트랑(35ㆍ호찌민)씨는 “초코파이는 설에 가족이나 친지, 가까운 사람들끼리 주고받는 없어서는 안 되는 선물”이라며 “유사한 제품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대부분 오리온 초코파이를 구분해 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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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소비자가 대형마트에서 초코파이를 고르고 있다. [사진 오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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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은 지난해 베트남 현지 대학입학 자격시험이 치러지는 날 수험생에게 초코파이 30만개를 나눠주며 응원에 나서기도 했다.

한국식 ‘정’ 마케팅은 영업에서도 발휘됐다. 베트남 소매점의 경우 전형적인 슈퍼마켓 형태로 제품의 분류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오리온 영업사원은 현장 거래처를 방문할 때 진열대를 청소하고 정리하면서 현지인에게 다가갔다. 그 결과 베트남 전역에 170여 딜러를 개발하는 등 전국적인 유통망의 확보가 가능했다.

무더운 베트남에서 초코파이의 성공 비결은 또 있다. 파이를 감싼 초콜릿의 냉각공정 강화다. 베트남 중소 상점의 경우 30도가 넘는 실온에 제품이 그대로 진열된다. 오리온 측은 유통 중 변질을 막고 촉촉하고 부드러운 식감을 유지하기 위해 한국과는 다른 배합으로 제품을 생산한다.

정종연 오리온 베트남 법인 마케팅부문장은 “베트남의 경우 빵이나 과자의 주 소비층인 30세 미만 인구가 전체의 50%에 달해 제과업체에는 성장 잠재력이 여전히 큰 나라”라며 “베트남에서 연 매출 1000억원이 넘는 메가 브랜드로 성장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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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로 뛰쳐나온 베트남 축구팬들 (하노이=연합뉴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이 지난 15일 10년 만에 처음으로 아세안축구연맹 스즈키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후 베트남 축구 팬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환호하고 있다. 2018.12.16 [VN익스프레스 캡처] phot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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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서 한국 식품업계의 약진은 두드러진다. 대상은 조미료 미원을 통해 베트남 조미료 업계 점유율 2위를 기록하고 있다. 2016년 현지 육가공업체를 인수한 대상은 종가집 브랜드의 모델로 박항서 감독을 기용하면서 전년 대비 15% 이상 매출이 늘어나는 효과를 누리도 했다.

라면의 베트남 수출도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 베트남으로의 라면 수출은 전년 대비 7.2% 성장한 1472만 달러를 기록했으며 올해 1~2월은 25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7.4% 증가했다.

호찌민ㆍ하노이=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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