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 때인 2004년 여당인 열린우리당(민주당 전신)은 국가보안법 존폐 문제 등 개혁 입법을 추진하다 당시 한나라당(자유한국당 전신)의 반발에 부딪혀 입법에 실패했다. 그 연장선에서 최근 민주당과 한국당의 충돌을 ‘노무현 개혁 시즌 2’로 보기도 한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년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국가보안법 폐지안 상정문제를 두고 열린우리당 최재천(왼쪽) 의원과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이 위원장석에서 설전을 벌이고 있다.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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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국가보안법은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이제 박물관으로 보내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여야가 강하게 부딪힌 이슈였다. 한나라당도 ‘국가보안법 제7조(찬양ㆍ고무 등)’에 대해서는 개정 의견을 밝혔지만, 열린우리당 내 초선(108명) 강경파에서 “폐지만이 옳다”고 해 결국 성과를 내지 못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22일 선거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 등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으로 추진키로 하면서 “국가보안법 실패를 반복하고 싶지 않다”고 한 것도 열린우리당 때의 ‘트라우마’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지도부는 무엇보다 내분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국가보안법 폐지안 상정 문제로 진통을 겪은 국회 법사위에서 한나라당 소속 최연희 위원장이 산회를 선언하며 의사봉을 두드리자 열린우리당 선병렬 의원이 위원장석으로 달려가 제지하고 있다.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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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전 상황도 비슷했다. 4대 개혁 입법에 대해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 그리고 새천년민주당의 ‘3당 정책조정 회의’가 꾸려졌다. 민노당은 정의당의 전신이다. 당시 열린우리당과 민노당은 서로를 “개혁 공조 세력”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개혁 법안의 세부 내용을 두고 각 정당 간 이견이 생기기 시작했다. 특히 핵심 쟁점이었던 국가보안법의 경우 열린우리당이 ‘형법 보완’으로 기울면서 전면 철폐를 주장한 민노당과 멀어졌다.
민주당 지도부는 패스트트랙 추진과 관련해 연대 정당에게 자극이 될 만한 발언은 극도로 삼간다. 15년 전 개혁 공조가 무너지면서 개혁 입법이 좌초됐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선거법과 관련해서는 민주당 안에서 “우리가 손해를 보면서까지 추진하는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2005년 12월 27일 박근혜 당시 대표 등 한나라당 지도부가 대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에서 사학법 개정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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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2005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의 장외 투쟁과 닮은 측면이 있다. 그는 2005년 12월~2006년 1월 사립학교법 원천 무효를 주장하며 57일간 장외투쟁을 했다. 이후 국회로 돌아왔지만, 사립학교법 처리 문제를 두고 파행이 계속됐다. 결국 2006년 4월과 6월 임시국회, 9월 정기국회, 2007년 2월 임시국회 등이 줄줄이 무산됐다. 결국 사학법은 2007년 재개정됐고 진보 진영으로부터 “누더기 법이 됐다”는 비난을 받았다.
2003년 노무현 정부의 민정수석으로 임명됐을 당시의 문재인 대통령 [중앙포토] |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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