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임종헌 공판, 前 심의관 증인 출석해
외교부 문건 참고…강제징용 보고서 작성
대법 선고후 소멸 시효 적용 가능성 검토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사법농단 혐의로 구속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9.04.24. amin2@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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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정윤아 옥성구 기자 = '사법농단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임종헌(60·사법연수원 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일본의 강제징용 사건의 소멸시효를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부장판사 윤종섭)는 24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임 전 차장에 대한 14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은 박모(44·29기) 전 사법정책실 심의관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박 전 심의관은 2013년 당시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이던 임 전 차장으로부터 지시를 받아 '강제징용 사건' 관련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일본과의 외교적 마찰을 우려한 외교부 문건을 참고했고, 일부분은 외교부 문건을 그대로 기재했다고 말했다.
보고서에는 '외교부를 배려해 절차적 만족감을 줄 수 있는 방안'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박 전 심의관은 이것이 외교부를 배려해준다는 표현이 아닌 법률상 허용 한도를 말한 것이라는 취지로 이야기했다.
또 보고서에는 대법원의 강제징용 사건 판결에 따른 ▲재상고 기각 ▲대법원에서 화해·조정 시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 등 5가지 시나리오가 담겼다. 박 전 심의관은 이에 대해 "임 전 차장이 대법원에서 어떻게 되는지 예상해보라고 해서 가상적 상황을 경우의 수로 기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에서 가장 선호된 시나리오는 화해·조정을 통한 재단 설립인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서울고법이 6·25사건 등에 배상액을 책정한 것을 기준으로 보면 잠재적인 강제징용 피해자가 20만명에 달해 배상액만 약 20조원이 필요하다고 추산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2000년 독일이 유대인과 동유럽 강제노동 피해자들과 관련해 미국과의 협정을 통해 미국 내 소송을 취하하는 조건으로 정부와 기업이 절반씩 기금을 마련해 재단을 설립한 사례가 언급됐다.
이에 대해 박 전 심의관은 "전적으로 재판부 권한이지만 화해·조정도 바람직하지 않겠나는 취지로 기재했을 뿐 그게 최선의 방향이라고 기재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특히 손해배상 액수를 줄이기 위해 소멸시효를 엄격하게 적용하는 방안 등이 제시됐다. 대법원 선고인 2012년 5월부터 3년으로 소멸시효를 산정해 2015년 5월 이후의 손해배상 청구가 불가능한 것은 아닌지 검토하도록 한 것이다. 민법상 손해배상 청구 소멸시효는 불법행위를 인지한 날부터 3년이다.
박 전 심의관은 "(임 전 차장이) 검토를 지시하며 잠재적 원고가 많으니 소멸시효 부분을 엄격하게 보는 것이 맞지 않겠냐는 취지로 말했다"면서 "재단이나 보상입법의 적절한 시기나 방법을 고민해보라고 해서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검찰이 '재단 설립은 행정처 업무와 관련이 없는데 누굴 대상으로 검토한 건가'라고 묻자 "누구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며 "임 전 차장이 완벽하게 모든 상황을 다양하게 알고 싶어 해서 여러 상황을 기재한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증인으로 소환 된 김종복 전 사법정책실 심의관은 "강제징용 사건과 관련해서 대법원 규칙 개정이 필요하다고 했었다"며 "그래서 처음부터 규칙개정이 상정된 상태에서 보고서를 검토해보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김 전 심의관은 2014년 한승 전 사법정책실장에게 '강제징용사건 외교부 의견 반영 방안 검토'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첨부해 보낸 바 있다.
김 전 심의관은 "당시는 왜 그런 미션을 줬는지 몰랐다"며 "그 당시 미션은 빨리 대법원 규칙을 바꿔서 외교부 의견을 반영해야한다는 그런 취지로 생각했다"고 했다.
yoona@newsis.com, castlenin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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