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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힘겨운 ‘치매 아내 수발’이 부른 참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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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대, 요양병원 갈등에 아내 살해 / 전북, 노인 치매유병률 11% ‘최고’ / “가족 간병 부담… 국가가 분담해야”

세계일보

“밤낮없는 이상증세를 보이는 아내의 뒷바라지가 너무 힘들어서 그만….”

지난 22일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전북 군산경찰에서 조사를 받던 A(80)씨는 “죄송하다”며 연신 고개를 숙인 채 흐느꼈다. 그는 이날 오전 2시쯤 군산시 흥남동 자택에서 아내 B(82)씨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로 체포됐다.

A씨는 범행 직후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유서를 쓴 뒤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차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를 수상하게 여긴 아들은 부모 집으로 달려가 처참한 모습을 확인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A씨는 지난 10여년간 치매 증세에 시달리는 아내를 지극정성으로 돌봐왔다. 하지만 80대가 되면서 기력이 쇠약해지자 요양병원에 의지하려 설득했으나 강하게 거부한 채 이상행동을 되풀이하며 잠조차 못 자게 하자 순간 격분해 부엌에 있던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조사됐다.

세계일보

24일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전북지역 치매 등록환자는 지난해 말 기준 3만2212명으로 65세 이상 전체 노인 인구(35만2078명)의 9.2%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전년도 치매환자 3만2311명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2015년 2만9843명, 2016년 2만9493명에 비해 2000명 이상 늘어난 것이다.

전북 노인인구 중 치매를 앓는 이들의 비율을 나타내는 치매 유병률의 경우 지난해 11.3%(3만9899명)로 전국 최고 수준으로 나타났다. 2016년까지만 해도 9.8%대에 머물던 치매 유병률은 2017년 10.2%로 처음으로 10%를 넘긴 이후 좀 더 증가했다.

전국 치매환자는 2017년 현재 70만5473명, 치매 유병률은 10%로 집계됐다. 노인 인구 증가로 치매 환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나 현 추세라면 2024년에는 103만명, 2039년 207만명, 2050년 303만명에 달할 것으로 중앙치매센터는 전망했다.

치매안심센터 측은 “대부분 가족인 간병인들이 지속적인 간병에 시달리면서 정신·육체·경제적으로 느끼는 부담과 스트레스가 매우 크다”며 “치매 환자와 가족의 고통을 국가가 분담하고 돌볼 수 있는 제도가 실효를 거두도록 관리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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