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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수사 중인 사건의 혐의사실 보도, 국민의 알권리와 개인 인격권 사이의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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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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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석우 변호사의 법률 이야기-107] 연일 끔찍한 범죄 소식이 신문의 사회면을 채우고 있다. 그 범죄 수법의 잔인함과 교묘함에 분노하고 때로는 우리 주변에 일어날 수도 있겠다 싶어 불안해 하기도 한다. 불안함이 섞인 분노의 감정이 경찰이나 검찰의 포토라인에 서는 피의자들에게 쏟아지게 마련이다. 끔찍하거나 파렴치한 범죄 내용은 그 대부분이 온라인 신문기사를 통해 전파되고 더 큰 파장을 낳게 된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러한 범죄에 이르게 된 경위를 따져 그 원인을 분석하고 범죄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에 대한 기사는 많지 않다.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아직 재판도 받지 않은 수사 단계에서라면 피의자가 감내해야 할 한계선이 있지 않을까?

경찰에서는,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에 대한 수사를 마치고 검찰에 송치할 때 기자들에게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경찰에서도 보도자료를 함부로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소정의 절차를 거쳐 작성·배포하고 있다. 하지만 언론사에서 이를 믿고 추가적인 취재 없이 그대로 보도했다면 어떻게 될까? 결과적으로 해당 보도의 대상이 되었던 사람의 명예가 훼손되었다면? 더구나 이 분은 검찰에 가서 혐의 없음의 불기소처분을 받았다. 10개 언론사를 상대로 명예훼손을 이유로 한 민사소송을 냈는데, 대법원의 2018년 11월 9일자 답변을 들어보자.

대법원은 "보도 내용이 수사기관에서 조사가 진행 중인 사실에 관한 것일 경우"에 언론사는 "보도에 앞서 혐의 사실의 진실성을 뒷받침할 충분한 취재를 해야 하고 기사를 작성하고 보도할 때도 내용이나 표현에 대해 충분한 주의를 해야 한다"고 하여 추가 취재가 반드시 있어야 함을 강조했다. 수사 중인 사건의 경우 "일반독자들로서는 보도된 혐의 사실의 진실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별다른 방법이 없고 (반면에) 언론 보도가 가지는 광범위하고 신속한 전파력 등으로 주변인들이 심각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에서 추가 취재가 필요한 이유를 찾았다.

언론사가 이러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면 그 보도 내용이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이상 명예훼손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2015다240829).

2011년 국가인권위원회와 한국기자협회가 공동으로 '인권보도준칙'을 제정한 바 있다. 이 가운데 범죄사건에 관한 보도 시에 언론의 주의의무를 정한 항목을 보자. 인격권 항목에서 다루고 있다.

먼저 '언론은 범죄 사건의 경우 헌법 제27조의 무죄추정의 원칙,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주의한다'는 준칙을 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가) 수사나 재판 중인 사건을 다룰 때 단정적인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 (나) 용의자, 피의자, 피고인 및 피해자, 제보자, 고소·고발인의 얼굴, 성명 등 신상 정보는 원칙적으로 밝히지 않는다. (다) 유죄 판결을 받은 경우에도 범죄자의 얼굴, 성명 등 신상정보 공개에 신중을 기한다. (라) 피해자의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범죄 행위를 자세히 묘사하지 않는다. (마) 성폭행 피해자의 익명성을 보장하고 피해 상황을 설명할 때는 신중을 기해야 하며, 특히 피해자의 상처를 사진이나 영상으로 촬영, 공개하지 않는다. (바) 범죄 발생의 원인이 피해자 측에 있는 것처럼 묘사하지 않는다. (사) 사건에 대한 사회구조적인 문제점을 진단하고 인권 친화적인 방향으로 정책 변경과 제도 개선이 이뤄지도록 노력한다."

오늘 아침 스마트폰을 통해 봤던 기사 가운데 이 준칙을 지켜가며 작성된 기사는 과연 몇 편이었을까?

[마석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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