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3 (수)

아이돌 '머스트비' 교통사고, 매니저는 왜 새벽 운전을 감수했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승합차를 운전한 지 2개월밖에 안 된 사람이었어요. 큰 차 운전을 어려워했어요. 그런데 바빴고, 밤이나 새벽에 운전할 수밖에 없는 지방 출장이 잦았죠. 항상 피곤해했어요. 이번에 사고가 난 승합차에도 접촉사고 흔적이 많았어요.”

21일 새벽 교통사고로 숨진 7인조 남성 아이돌그룹 ‘머스트비’의 매니저 손모(36)씨의 지인 이모씨는 이렇게 말했다. 손씨가 운전하던 승합차는 21일 오전 3시40분쯤 서울 올림픽대로 잠실 방향 서울교와 여의교 중간 지점에서 도로 옆 가드레일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손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망했고, 차 안에 있던 멤버 4명과 소속사 관계자 1명은 경상을 입었다.

중앙일보

21일 오전 3시 40분께 서울 올림픽대로 잠실 방향 서울교와 여의교 중간지점에서 7인조 남성 아이돌그룹 '머스트비' 멤버들이 타고 가던 승합차가 도로 옆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 구조대원들이 사고현장에서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영등포소방서 제공,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승합차 접촉사고 흔적 많아…매니저 항상 피곤"



아직 신인인 데다가 인지도가 부족했던 머스트비는 손씨가 로드매니저 겸 실장 역할까지 담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엔터테인먼트 업계 관계자는 “보통 7인조 그룹이면 매니저도 2~3명 있고, 운전하는 로드매니저는 20대 초·중반 나이인 경우가 많다”며 “한 명이서 모든 걸 다 했다니 놀랍다”라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기획사 관계자는 "시작 단계에서 작게 시작하는 기획사들도 많다 보니 한 명이 많은 역할을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머스트비 소속사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머스트비 소속사 관계자는 “회사에 여유가 없다 보니 머스트비 멤버들은 숙소가 따로 없었는데, 각 멤버 집들이 다 남양주나 의정부 등 멀리 떨어져 있었다”며 “행사 끝나면 데려다주는 경우도 있지만 회사 쪽으로 와서 택시나 타다 등을 타고 흩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7명 중 미리 내린 쪽은 다른 방향에 사는 멤버들이라 미리 내려준 것 같고, 회사 근처에서 흩어질 수 있는 멤버들이 이쪽으로 오다가 그렇게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빡빡한 스케줄을 소화해야 하는 아이돌 등 연예인과 연예인 매니저의 교통사고는 잊을 만하면 반복되는 이슈다. 지난 2014년 9월에는 걸그룹 레이디스코드 멤버 두 명이 지방에서 방송 촬영을 마치고 돌아오던 새벽에 교통사고를 당해 사망했다. 머스트비 역시 전날 오후 지방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하고 난 뒤 서울로 복귀하던 길에 사고가 났다. 머스트비 교통사고를 조사 중인 서울 영등포경찰서 관계자는 “졸음 운전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차량 블랙박스 등을 통해 다른 원인이 있는지도 살펴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신인일수록 작은 지방 행사 출장도 가야"



중앙일보

머스티비가 지난 1월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프리즘타워에서 열린 SBS MTV '더쇼'에 출연한 모습.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인지도가 부족한 아이돌 그룹이나 연예인일수록 작은 지방 행사도 참석하기 때문에 사고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 크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인기 아이돌은 오히려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 소규모 지방 행사를 다니지 않는데, 신인이나 비인기 아이돌은 지방의 작은 무대라도 가야 한다”고 전했다.

머스트비 소속사 정모 대표는 “평소에 손씨가 피곤함을 호소한 일은 전혀 없었다”며 “회사가 아직 어렵긴 하지만 시작 단계의 모든 회사와 마찬가지였고, 재정적인 문제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손씨가 술을 전혀 하지 못해 음주운전은 아닐 것"이라며 "다시는 (손씨와 같은)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아이돌 멤버의 상태에 대해서 그는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다"며 "경상처럼 보일지라도 눈에 안 보이는 부분이 다쳤을 수도 있는 만큼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획사와 전속 계약을 맺는 연예인의 경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주 52시간 적용을 받지 않지만, 연예인 매니저는 회사와 근로 계약을 맺기 때문에 근로자에 해당한다. 하지만 주 52시간 적용 범위에서 벗어나 있는 연예인을 24시간 ‘케어’해야 하는 매니저 역시 주 52시간이 적용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적용은 가능하다. 산업재해 전문 박상진(법무법인 우공) 변호사는 “근로자라면 산업재해는 100% 적용돼 유족급여와 장의비 등을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받을 수 있다”며 "근로자의 범법 행위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다면 100% 보상받기는 어렵지만, 졸음운전 등 출·퇴근 시 사고는 산업재해 보상 범위에 있다"고 밝혔다.

다만 아이돌은 근로자가 아닌 만큼 산재 적용이 어렵다. 박 변호사는 “미국은 프로야구 메이저 선수도 근로자로 인정받는데,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전속계약을 한 사람의 경우 근로자로 인정 안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후연·편광현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