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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한라산국립공원 ‘깃대종’ 선정 우왕좌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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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루-도롱뇽-족제비 등 올렸다가… “유해조수 지정돼 적합하지 않다”

검독수리-비바리뱀으로 교체… 세계유산본부 6월경 최종 결정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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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국립공원 ‘깃대종’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취지에 맞지 않는 노루, 제주도롱뇽, 제주족제비 등을 후보에 올렸다가 제외하고 검독수리, 비바리뱀 등으로 교체하는 등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한라산국립공원의 상징성과 세계자연유산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동물 1종, 식물 1종을 깃대종으로 선정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후보 종으로 노루, 제주도롱뇽, 제주족제비, 산굴뚝나비 등 동물 4종과 구상나무, 왕벚나무, 시로미, 돌매화나무 등 식물 4종을 선정했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이들 깃대종 후보는 제주연구원, 국립공원공단 연구원 등이 공동으로 수행한 ‘한라산국립공원 가치보전 천년대계 용역보고서’에서 지난해 10월 제시된 것이다. 세계유산본부는 전문가, 교수, 산악인, 환경단체 임원, 한라산국립공원 관리자 등으로 한라산 깃대종선정위원회를 구성하고 이들 후보 종을 그대로 수용했다.

문제는 이들 후보 종 가운데 일부가 깃대종 취지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깃대종은 유엔환경계획(UNEP)이 만든 개념으로 특정 지역 생태계를 대표할 수 있는 중요 동식물을 뜻한다. 선정 시 고려 사항으로는 멸종위기, 천연기념물 등 문화·사회적 특성을 반영한 고유종, 자연환경의 변화를 판단할 수 있는 종 등이다. 국립공원공단에서는 한라산을 제외한 21개 국립공원을 대상으로 깃대종을 지정, 관리하고 있다. 설악산은 눈잣나무와 산양, 지리산은 히어리와 반달가슴곰, 속리산은 망개나무와 하늘다람쥐 등 국립공원마다 식물 1종, 동물 1종을 깃대종으로 선정했다.

한라산국립공원 깃대종 후보 종인 노루는 제주지역에 자생하는 대표적인 포유동물이기는 하지만 현재 유해조수로 지정된 종이다. 개체수가 1만2000여 마리까지 증가하면서 농작물뿐만 아니라 한라산국립공원의 식물 종 다양성을 위협했다. 2013년 유해조수 지정 이후 포획사업 등으로 지난해 3900여 마리로 줄어들었다. 1년에 새끼 1∼3마리를 낳는 노루의 생태 특성을 감안하면 현재로서는 멸종 위험이 없다는 것이 전문가 의견이다.

제주도롱뇽은 한반도 고유종으로 과거에는 제주에만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서남해안 일부에서도 확인되고 있으며 제주지역에서 흔하게 볼 수 있을 정도로 개체수가 많다. 제주족제비는 육지 대륙족제비와 다소 다른 특산 아종으로 보고 있으나 실제 유전자 조사 결과 육지 족제비와 다르지 않은 것으로 조사되는 등 한라산국립공원의 특성을 반영한 종으로 보기 힘든 상황이다.

세계유산본부는 이 같은 지적을 받고 최근 깃대종선정위원회를 다시 열어 후보 종을 조정했다. 이 3개 종을 제외하고 검독수리, 비바리뱀, 산굴뚝나비로 후보 종을 변경했다. 식물 분야에서는 당초 후보 종 가운데 왕벚나무를 제외시켰다. 멸종위기 1급인 검독수리(천연기념물 제243-2호)는 1999년 한라산에서 처음 관찰된 후 매년 비행하는 어린 검독수리가 관찰되면서 한라산 번식 가능성이 높다. 멸종위기 1급인 비바리뱀은 국내에서 제주에서만 서식하고 있으며 각종 개발사업 등으로 서식지가 파괴되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유산본부 관계자는 “후보 종을 발표한 이후 동물 분야에서 한라산국립공원 대표 종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문제 제기가 많았다”며 “난상토론 후 투표를 거쳐 후보 종을 조정했다”고 말했다. 세계유산본부는 이들 깃대종 후보 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등을 실시한 후 6월경 깃대종을 선정할 계획이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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