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대통령 친인척 제외 논란
“반쪽짜리 공수처” 비판 일어
“네. 저는 넣자고 주장했는데 안 됐습니다.”(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와 선거제 개혁 패스트트랙에 잠정 합의한 이튿날인 23일 오전 tbs 라디오에 출연한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국회의원이 기소(재판에 넘기는 것) 대상에서 제외돼 논란이 커지자 홍 원내대표는 “나중에 개선해 나가겠다”고 수습에 나섰다.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도 합의안과 관련, “법률은 정치의 산물이고 정치는 투쟁과 타협을 본질로 삼는다”며 찬성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여당 내 일부는 물론, 공수처 설치를 찬성해온 시민단체에서도 비판이 제기됐다. 참여연대 소속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수처의 핵심은 청와대와 국회의원에 대한 수사”라며 “두 직군에 대한 기소권이 없는 공수처는 힘이 빠져보인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새로운 사정기관인 공수처를 견제할 수단이 없다”는 우려도 나왔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불가피하게 (공수처가) 수사권·기소권 유지를 못 하는 선에서 합의해서 송구하다”며 합의 내용의 미흡한 점을 설명했다.
합의안에 따르면 기소 대상은 대략 7000명이다. 그중 검사, 판사, 경찰 경무관급 이상(총 5100명)에 대해선 공수처가 기소권도 갖게 된다. 국회의원, 대통령 친인척 등 1900명은 수사만 가능하며 실제 재판에 넘길지를 결정하는 권한은 기존대로 검찰이 맡는다.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할 수도 있지만, 공수처가 다시 법원의 판단을 구하는 재정신청이라는 장치를 두기로 했다. 아쉬움이 남는 합의라면서도 민주당은 합의안을 만장일치로 추인했다. 정의당·민주평화당도 각 당 의총을 통해 최종 추인했다. 그간 민주당 지도부는 “공수처가 정부에 비판적인 정치인에 대한 탄압용으로 쓰일 수 있다”는 한국당 등의 우려에도 대선공약인 공수처 설치 입법에 박차를 가해 왔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법)을 처리할 때도 국회의원을 뺐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꼴이 됐다”고 말했다. 국회의원은 민원 고충을 들어주는 경우에 한 해 예외를 인정해 ‘셀프 면제’ 논란이 일었던 것을 지적한 것이다. 이 관계자는 “국민 보기에는 고위 공직자 비리의 핵심이 국회의원과 대통령 친인척 일 수 있다. 그런 면에선 반쪽짜리 공수처라는 지적을 들어도 할 말이 없다”고 강조했다.
현일훈·박태인·윤성민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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