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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절박한 김정은의 `푸틴카드`…北, 경제지원 받아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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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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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사상 첫 만남에서 북한은 제재 완화 돌파구를 찾고, 러시아는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는 '통 큰 합의'가 성사될지 주목된다.

22일 주요 외신과 한반도 전문가들에 따르면 북·러 정상이 24~25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마주 앉아 '하노이 노딜' 이후 비핵화와 양국 관계 발전을 의제로 정상회담을 갖는다.

김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과의 첫 대면에서 비핵화 협상판을 자신의 이해관계에 맞게 재개시킬 방안을 논의하고 러시아 측의 지지를 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김 위원장은 대북제재를 극복하고 '자력갱생'을 위한 경제적 활로를 찾기 위해 푸틴 대통령에게 적극적 러브콜을 보낼 전망이다.

푸틴 대통령도 김 위원장과의 회담을 계기로 한반도 문제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는 데 관심이 많다. 한반도 정세 완화는 푸틴 대통령이 중시하는 극동·연해주 개발을 위해 반드시 해결돼야 할 과제다. 따라서 푸틴 대통령도 한반도 문제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과 발언권을 확대하는 성과를 염두에 두고 북·러 수교 70주년이었던 지난해부터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을 적극 추진해 왔다. 이번 블라디보스토크 정상회담은 이 같은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성사됐다는 분석이다.

김 위원장은 이번 북·러정상회담에서 북·러 관계 강화를 상징할 경제적 성과를 촉구할 공산이 크다.

그는 푸틴 대통령에게 △러시아 내 북한 노동자 잔류 허가 연장 △북·러 간 차량용 교량 설치 △북한 상품관 신설 등을 적극적으로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북측으로서는 대외 교역의 90% 이상을 중국에 의지하는 상황을 타개하고 러시아와의 무역을 확대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이와 관련해 북한은 지난 12~16일 평양을 방문한 러시아 하원의회 대표단에 러시아에 파견된 자국 노동자들의 체류허가를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번 회담에서 양측이 차량용 교량 신축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합의에 이를 가능성도 있다. 현재 북·러 간 연결통로는 기찻길인 두만강 철교뿐이다.

러시아가 남·북·러 3각 협력 사업으로 공을 들이는 나진·하산 프로젝트도 이번 회담에서 주요하게 논의될 수 있다. 김 위원장이 기차로 나진~하산을 거쳐 시베리아횡단철도(TSR)의 관문도시이자 극동 개발의 거점인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하는 것 자체도 시사점이 크다.

북측은 또 북·러정상회담을 통해 한국과 중국, 미국에 치중됐던 김 위원장의 정상외교 지평을 오랜 우방인 러시아로 확장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은 대북제재 속에서 러시아를 뒷배 삼아 당장 실현 가능한 북·러 경제협력이 절실하다.

북한 입장에서는 지금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 성과를 강화시키기 괜찮은 국면이다. 미·북 대화가 정체된 가운데 비핵화 협상 재개에 보다 유리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작년에 아껴뒀던 '러시아 카드'를 쓸 때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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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성훈 한국외대 교수는 이날 "러시아는 북·러 수교 70주년인 작년부터 김 위원장의 방러에 적극적이었지만 북측이 미국과의 대화와 협상에 집중하면서 지연됐다"고 말했다. 제 교수는 "북측이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상황을 고려해 '러시아 카드'를 꺼낸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북·러정상회담을 북·중·러 대 한·미·일의 대립적 구도로 해석한다면 상황을 잘못 이해할 수도 있다"면서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의 만남이 비핵화와 관련한 정상 간 의사소통 채널을 다변화시켜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에 주목했다.

러시아도 이번 북·러정상회담에 앞서 한미와 긴밀하게 조율하며 한반도 현안에 대해 건설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앞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지난 17~18일 모스크바를 방문해 러시아와 비핵화 이슈에 대해 논의했다. 한국도 조현 외교부 제1차관을 지난 15일 모스크바로 보내 러시아와 전략대화를 가졌다. 이는 전통적인 '한·미·일' 대 '북·중·러' 프레임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움직임이다. 푸틴 대통령은 북·러정상회담 직후 베이징에서 열리는 일대일로 정상포럼에 참석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도 만난다. 다만 북·러가 이번 정상회담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놓기는 힘들 것이라는 견해도 상당하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개인적 견해임을 전제로 "대북제재가 강력하게 유지되고 있어 북한과 러시아가 (회담에서) 마땅히 주고받을 내용이 없다"고 전망했다.

한편 이날 일본 매체에서는 김 위원장이 정상회담 이후 블라디보스토크 일대 주요 시설들을 시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교도통신은 김 위원장의 시찰 예정지로 △마린스키 발레극장 극동지부 △극동지역 최대 규모의 수족관 △러시아 해군 태평양함대 등을 거론했다.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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