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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화)

갈라파고스땅거북 기후변화로 이주시기 제때 못잡고 놓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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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거리 이동하며 식물씨앗 퍼뜨리는 '정원사' 역할 잃을 듯

연합뉴스

갈라파고스땅거북
[기욤 바스티유-루소 제공]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찰스 다윈이 '종의 기원'을 쓰는 계기가 된 동물 중 하나인 갈라파고스땅거북(코끼리거북)은 '정원사'라는 별명을 갖고있다.

서늘한 건기에는 구름과 안개에 둘러싸여 비가 내리지 않아도 식물이 자랄 수 있는 고지대에서 생활하다가 우기가 시작되면 온도가 높고 영양가 많은 식물이 풍부한 저지대로 먼거리를 이주하는데, 이때 몸에 씨앗을 달고 움직여 식물을 멀리까지 퍼뜨리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갈라파고스땅거북의 이런 이동은 최상의 먹이와 온도를 찾기 위한 것으로 매년 같은 경로를 택한다. 그러나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거북들이 이주 시기를 제때 잡지 못하고 있으며 궁극에는 이주를 포기하는 쪽으로 바뀔 수도 있다는 연구결과 나왔다.

미국 생태학회(ESA)에 따르면 콜로라도대학의 기욤 바스티유-루소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갈라파고스땅거북에게 GPS 수신기를 달아 수년간 이주 시기와 양상을 추적, 연구한 논문을 ESA 기관지 '생태학(Ecology)'에 실었다.

연구팀은 갈라파고스땅거북도 발굽 동물을 비롯한 다른 이주동물과 마찬가지로 먹이와 온도 조건에 맞춰 최적의 이주 시기를 결정할 것으로 봤다. 그러나 이런 예상과 달리 안개나 비, 온도 등의 조건은 갈라파고스땅거북의 이주 시기 결정과는 관련성이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로서는 갈라파고스땅거북이 기억에 남아있는 과거의 조건을 토대로 이주 시기를 결정하는지 아니면 현재의 조건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는 불투명하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바스티유-루소 박사는 "거북의 이주 시점이 두 달 이상 차이가 나 놀랐다"면서 "이는 이주가 먹잇감을 찾기위한 것만은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을 나타내는 것으로, 예컨대 암컷은 알의 부화 등과 관련됐을 수도 있다"고 했다.

갈라파고스땅거북이 최적의 이주 시기를 놓치고 있지만, 다행히 거북의 건강을 위협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지적됐다. 수명이 180~200년에 달하고, 덩치도 400~500㎏으로 큰 데다, 1년간 아무것도 먹지 않고 생존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갖추고 있어 이주 시기를 놓쳐도 작은 동물만큼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그러나 갈라파고스땅거북이 앞으로 이주 시기를 놓치는 일이 점점 더 늘어나고 식물의 씨앗을 멀리까지 퍼뜨리는 '생태계 공학자'로서의 역할도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바스티유-루소 박사는 "미래 어느 시점에서는 거북에게 이주가 최선의 전략이 아닐 수도 있게 되고, 이주하는 개체가 줄어들어 전체 생태계에 연쇄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은 우려할만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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