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화성시에 있는 국내 유일의 진동소음 전문연구소인 'NVH코리아 중앙연구소’ 내 무향실 전경. NVH코리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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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미끈하고 빨라도 승차감이 안 좋은 자동차는 절대 고객의 선택을 받지 못합니다. 이동은 자동차를 타는 가장 큰 목적이지만 전부일 수는 없거든요.”
구자겸(60) 엔브이에이치(NVH)코리아 회장이 늘 강조하는 말이다. NVH코리아는 자동차 NVH 시스템 전문 기업이다. NVH는 자동차에서 발생하는 소음ㆍ진동ㆍ불쾌감(NoiseㆍVibrationㆍHarshness)을 뜻하는 말이다. NVH 시스템은 차량 구조나 엔진 등으로 발생하는 소음이나 진동, 덜컹거림(불쾌감)을 줄여 승차감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자동차 무게부터 연비, 온도까지 조절하는 핵심 기능이다. 회사 이름에 ‘NVH’가 직접 들어가는 것도 NVH 시스템을 통틀어 취급한다는 자부심의 일환이다.
미국 아이오와대에서 차량동역학을 전공한 구 회장은 쌍용자동차 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일하며 개발, 품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현장 지식을 쌓았다. 그는 1998년 쌍용자동차가 대우자동차에 인수되자 미련 없이 회사를 나왔다.
1999년 자본금 5,000만원으로 서울 여의도에 작은 규모의 NVH 종합 엔지니어링 기업 ‘NVH코리아’를 설립했다. 2000년 자동차 소재 전문기업인 ‘일양산업’과 자동차 부품 전문기업인 ‘인산기업’, ‘우창산업’을 차례로 인수하며 부품ㆍ소재 전문기업으로 진용을 갖춰나갔다.
NVH 부품을 납품하기 위해 완성차 업체 앞에서 설명회를 할 때는 구 회장이 직접 발표자로 나섰다. 고생 끝에 처음으로 그랜저(TG) NVH 모듈을 수주하던 날, 모든 직원이 만세 삼창을 불렀다. 이어 로체(MG), 아반떼(HD) 등으로 계약이 이어졌다.
구 회장이 가장 중점을 두는 건 ‘소재 혁신’이다. 2000년 5월 경기 화성시에 국내 유일의 진동소음 전문연구소를 만들었다. 그는 “세계 최고 수준의 NVH 부품ㆍ소재 개발, 제품 생산 설비를 갖췄다”고 자부한다. 이곳에서 NVH코리아는 소재 경량화에 성공한다. 섬유에 구멍을 뚫어 무게를 줄이고 보온성까지 확보한 중공섬유를 개발해 부품의 무게를 20~30% 낮췄다. 자동차 부품이 가벼워진다는 건 곧 연비가 향상된다는 의미다.
구자겸(오른쪽) NVH코리아 회장이 작년 11월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4회 중견기업인의 날’ 행사에서 금탑산업훈장을 수상한 뒤 이낙연 국무총리(왼쪽), 부인 유수경(가운데)씨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NVH코리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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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VH코리아는 1999년 말레이시아 자동차 브랜드인 ‘페로두아(PERODUA)’와 헤드라이너(자동차 천장에 설치하는 소음ㆍ진동 방지 부품) 공급 계약을 하며 해외 진출을 시작했다. 말레이시아는 우기가 몇 달씩 이어지며 강력한 스콜성 강우가 퍼붓는 나라인데, 페로두아 자동차에는 헤드라이너가 없어 운전자들이 빗소리로 인한 불편을 호소하고 있었다. NVH코리아가 만든 헤드라이너를 장착한 차량들이 날개 달린 듯 팔려나건 건 당연지사. NVH코리아는 2000년에 한국무역협회로부터 ‘1백만불 수출의 탑’을 수상했고, 2006년에는 ‘1억불 수출의 탑’을 거머쥐었다. NVH코리아는 현재 중국, 인도, 러시아, 체코, 독일 등에 현지법인을 설립해 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폭스바겐과 아우디 등 글로벌 자동차 기업과도 거래한다.
20년 전 자본금 5,000만원으로 시작한 이 회사의 작년 매출은 6,219억원. 직원은 408명인데, 이 중 40%가 연구 인력이다. 지금까지 확보한 산업재산권만 140개가 넘는다. 2013년에는 코스닥에 상장했고, 작년에는 ‘상공인의 꿈’이라는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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