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1 (월)

전문가 진단 "경사노위 제역할 하려면 노동계 인식 변화가 절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 멈춰선 사회적 대타협 ◆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노동 안건을 넘어 모든 국가 이슈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겠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그러나 그 목적과 달리 실제 경사노위에서 결정한 사안은 구속력이 없어 단순한 회의체 역할에 그쳐 정권이 바뀌면 유야무야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따라서 경사노위 위원장의 급을 의사결정권이 있는 국가 수장급으로 격상하고, 정부는 이해관계 중재자이자 중장기 관점에서 방향을 설정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회의체의 목적이 없기 때문에 각자 이익만 내놓다가 협의가 안되는 것"이라며 "사회적 대합의체라고 하지만 합의하더라도 힘이 실리지 않으니 결과적으로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 교수는 이어 "대통령 직속인 경사노위는 결코 가벼운 기구가 아니기 때문에 위원장을 대통령이나 국무총리가 맡아 책임 있게 끌고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체제는 이해관계자들이 경사노위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자신의 이익에 반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기 때문에 민주노총과 본위원회 근로자위원들이 불참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사노위 1호 합의안인 탄력근로 단위기간 확대안마저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을 경우 경사노위 무용론에 더욱 힘이 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회적 대화 과정에서 정부가 좀 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경사노위를 비롯해 4차산업혁명위원회 등 정부가 위원회를 만들 땐 사실상 무엇을 하려고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하지 않으려고 만드는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사회적 대화와 경사노위 필요성을 이해관계자들에게 충분히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데 실패했고, 심지어 노동계에 끌려다니는 모습까지 보여줬다"며 "이제라도 정부는 구체적이고 명확한 목표를 제시하고, 이해관계자들이 자신들 이익을 양보할 수 있도록 위기 의식과 책임감을 느끼게 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이어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비준 과정에서 나타난 것처럼 노동계가 자신들 이해관계만 주장해서 관철하려고 하는 대화라면 사회적 대화가 될 수 없고, 민주노총처럼 자기 주장을 관철할 수 있는 대화에만 참여하겠다는것도 본연의 모습이 아니다"며 "노동계도 사회적 대화에 대한 인식 변화가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현재 경사노위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ILO 핵심 협약 비준 등 의제들에 대해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정보를 공유하고 정부의 입장과 비전을 제시해 사회적 대화를 주도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정부가 노동계와 경영계 측에서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경사노위 등 사회적 대화를 정상화시키기 위한 우선 과제라는 지적도 있다. 목진휴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역시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리는 집단이 서로 신뢰관계를 맺는 게 어려운 만큼 정부가 보다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며 "다만 관계 집단 간 신뢰를 어떻게 형성할지 급하게 서두르지 말고 참을성 있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진호 기자 / 김태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