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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동거녀에게 프로포폴 투약한 성형외과 의사… 프로포폴 중독·사망 이르는 원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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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톡톡] 장점 많은 수면마취제 프로포폴 오·남용 문제

세계일보

동거녀에게 프로포폴을 투약해 사망하게 한 성형외과 의사 이 모 씨가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동거녀에게 프로포폴을 투약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 성형외과 의사 이 씨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20일 서울중앙지법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구속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피의자가 범죄사실을 인정하며 반성하고 증거가 수집돼 있다”며 “주거가 일정하고 같은 죄를 지은 전과가 없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앞서 이 씨와 동거하던 28세 여성 A씨는 지난 18일 오후 1시쯤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아파트에서 프로포폴 수액 바늘을 팔에 꽂고 숨진 채 발견됐다. 사고는 숨진 A씨를 발견한 이 씨의 신고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 씨가 처방전 없이 A씨에게 프로포폴을 투약해 숨지게 한 것으로 보고 신고접수 2시간 만에 이 씨를 긴급체포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이 씨는 평소 A씨가 수면 부족을 호소하자 프로포폴을 투약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 씨가 프로포폴을 과다투약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망 원인을 조사 중이다.

◆장점 많은 수면마취제 프로포폴

프로포폴은 1977년 영국의 화학회사인 ICI가 개발한 수면마취제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과학향기 칼럼’에 따르면 프로포폴은 물에 녹지 않아 물 대신 대두유에 약품을 녹여 만들었다. 이 대두유 때문에 아주 탁한 흰색으로 보여 ‘우유주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프로포폴은 △마취가 빠르고 △마취에서 회복되는 시간도 짧다 △또 간에서 대사돼 소변으로 모두 빠져 나와 몸에 남지 않아 의료 시술시 많이 쓰인다.

세계일보

KBS방송화면 캡처


프로포폴의 문제는 뇌에서 수면을 유도하는 물질인 ‘감마아미노뷰티르산(GABA)’ 수치를 높여 ‘도파민’ 조절 기능을 마비시킨다는 점이다. 프로포폴을 투약하는 이들은 도파민이 주는 ‘도취감(euphoria)’을 느끼려고 마취되지 않을 정도로 양을 줄여 투약한다. 이렇게 오랫동안 프로포폴을 쓰다 보면 중독된다.

도파민은 기분을 좋게 만드는 물질로 중독의 원인이 된다. 프로포폴 투약 후 나오는 도파민 양은 향정신성 의약품인 ‘미다졸람’을 맞았을 때보다 많다는 보고가 있다.

◆프로포폴 남용하면 사망에 이르는 이유

프로포폴은 ‘무호흡증’을 일으킬 수 있다. 기존에 쓰던 수면마취제인 ‘치오펜탈’도 프로포폴처럼 무호흡증을 일으킨다. 무호흡증 빈도는 25~35%로 비슷하지만 무호흡이 지속되는 시간은 프로포폴이 더 길다.

이러한 무호흡은 투여 기간, 용량, 속도 및 함께 사용한 약 등에 따라 빈도가 더 높아져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의료계는 이러한 점을 우려해 프로포폴 마취를 할 경우 환자가 호흡하는지 주의 깊게 관찰하도록 한다.

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청은 2011년부터 프로포폴을 마약류로 지정해 관리하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2009년에 프로포폴을 통제물질로 지정한 적은 있지만 마약류로 지정한 것은 우리나라가 처음이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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