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시집 낸 시인들과 영화 '생일' 관람…여러차례 눈물 훔쳐
황교안 전 총리와 비교하며 본인 칭찬하는 발언에 "비교하면 안돼"
주말에 영화 ‘생일’ 관람하는 이낙연 총리 |
(서울=연합뉴스) 이유미 기자 = 이낙연 국무총리는 20일 세월호 참사 이후 유가족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생일'을 관람했다.
이 총리는 넥타이 없는 양복 차림에 세월호 배지를 착용하고 이날 오후 서울 강남의 한 영화관을 찾았다. 이 총리의 손에는 세월호 추모시집 '언제까지고 우리는 너희를 멀리 보낼 수가 없다'가 들려 있었다.
영화 관람에는 이 시집에 참여한 시인 등 관계자 13명과 '생일'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이종언 감독, 영화 제작자인 이준동·이동하 씨가 함께 했다.
이 총리는 영화를 보면서 여러 차례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훔쳤다.
이 총리는 영화가 끝난 뒤 참석자들과 함께 한 차담회에서 "고통을 대하는 방식이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영화에서 보여준 것이 아닌가 한다"고 "상처를 받았기 때문에 치유를 해줄 수 있는, 그런 메시지가 느껴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실제로는 영화보다 훨씬 더 다양한 고통이 있다"며 "가족들은 우주에서 유일무이한 고통을 겪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남의 잣대로 함부로 말하면 안 된다"라고 말했다.
또한 전남지사 시절 진도와 목포 등지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을 만난 경험을 소개하며 "그때 얻은 결론이 '함부로 위로하지 말자'였다"고도 말했다.
이 총리는 "곧 나아질 것이라고 말하는 것도, 위로한답시고 더 심한 고통을 겪는 사람이 있다고 말하는 것도 안 된다"며 "고통은 비교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 뭘 해야 하냐면 옆에 있어줘야 한다"며 "세월이 한참 지나면 말을 걸어주면 된다"고 말했다.
영화 ‘생일’ 관람 후 차담회 하는 이낙연 총리 |
차담회에 참석한 유동주 시인은 "우리 시인들은 세월호 유가족과 아무런 상관이 없지만, 기성세대가 잘못했다"며 "우리가 잘못해서 잘못된 세상을 물려준 책임이 있다"고 언급했다.
임성용 시인은 "총리님 옆에서 영화를 봤는데 제가 울려고 하면 총리님이 눈물을 닦고 계시더라"라고 말했다.
그는 "황교안 전 총리 때는 지나가기만 해도 2시간 동안 길을 막는 등 의전 때문에 여러번 논란이 됐는데 오늘 이 자리는 경호원이나 그런 불편함이 전혀 없고 굉장히 자연스러웠다"며 "나라가 바뀌긴 바뀌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이 발언에 대해 "고통도 비교하면 안 되지만 이것(의전)도 비교하시면 안 된다"라고 답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추모시집에 있는 시인들의 작품을 일일이 거론하며 감상평을 밝히기도 했다. 이와 별개로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영화에 대해 "세월호 참사 이후 희생자 가족들의 일상을 담담하고 섬세하게 그린 수작"이라며 "극단의 고통에 대한 여러 대처 방식은 인생에 대한 이해를 도와준다"고 적었다.
yu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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