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 정세형의 무전무죄(15)
#2. 동업관계에 있던 사람 중 1명이 사망했다. 그렇다면 사망한 사람의 상속인들이 동업관계를 이어받게 될까?
동업자와 함께 사업을 하던 중 상대방이 사망하거나 출자의무 문제가 발생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진 photoA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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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사업을 하는 것보다 여러 명이 동업하면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등의 장점이 있다. 하지만 사람 일이라는 것이 계획대로만 되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여러 명이 같이 사업을 하다 보면 서로 의견이 맞지 않거나, 다른 사람의 잘못까지 함께 책임을 져야 하는 등 단점도 있기 마련이다. 동업했을 때 여러 가지 분쟁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번 글에서는 동업을 준비하는 경우 미리 알아두면 좋을 사항들을 살펴본다.
동업 형태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동업계약 체결방식에 따라 적용되는 법률도 달라진다. 2인 이상이 금전이나 그 밖의 재산, 노무 등을 상호출자해 공동사업을 약정하는 일반적인 동업계약의 경우 이는 민법상 ‘조합’에 해당한다.
조합원 지분 임의 처분 안 돼
실례로 앞서 언급한 사례 1의 경우처럼 공동으로 수산물 양식장 사업을 하기로 하면서 출자비율만 정해 놓고 출자금액을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은 사안을 살펴보자. 조합원 중 한 사람이 자기의 출자금액을 정하고 상대방에게 약정 비율에 따른 일정 금액의 출자를 요구해도 상대방은 이에 반드시 응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다. 조합원의 출자의무가 발생하려면 조합원 간에 구체적인 출자금액의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판례가 있으므로 출자금을 명확히 해야 좋다.
민법상 조합에서 조합원 지분의 양도는 원칙적으로 다른 조합원 전원의 동의가 있어야 하지만, 다른 조합원의 동의 없이 각자 지분을 자유로이 양도할 수 있도록 조합원 상호 간에 약정하거나 사후적으로 지분 양도를 인정하는 합의를 하는 것도 유효하다.
사망한 조합원의 상속인, 지위 승계 못 해
부동산 합유자 중 일부가 사망한 경우, 합유자 사이에 특별한 약정이 없는 한 사망한 합유자의 상속인은 합유자의 지위를 승계하지 못한다. 다만 상속인들이 행사할 수 있는 권리도 있다. [사진 unsplas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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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의 합유자 중 일부가 사망한 사례 2의 경우 대법원은 합유자 사이에 특별한 약정이 없는 한 사망한 합유자의 상속인은 합유자의 지위를 승계하지 못한다. 만일 남은 합유자가 2인 이상일 경우 잔존 합유자의 합유로 귀속되고, 남은 합유자가 1명인 경우에는 잔존 합유자의 단독소유로 귀속된다는 입장이다.
다만, 조합재산이 남은 합유자의 합유로 귀속된다고 해 상속인들이 아무런 권리도 행사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이때는 남은 조합원들을 상대로 사망한 조합원의 지분에 대한 정산금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지분가치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대해 원만한 합의를 이루기는 쉽지 않을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소송을 해야 하는 등 여러모로 번거롭고 곤란한 상황을 겪을 수 있다.
그러므로 동업계약을 할 때 위와 같은 점을 고려해 지분양도와 조합원 사망 시 지위 승계 여부에 대해서도 명확히 정해 놓는 것이 좋다. 동업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이익을 얻는 것이다. 그런데 동업계약에서 당사자가 손익분배 비율을 정하지 않은 경우 각 조합원의 출자가액에 비례해 결정한다. 이익분배 또는 손실부담 중 하나만을 정한 경우 그 비율은 정하지 않은 나머지에 대해서도 적용되는 것으로 추정한다.
따라서 동업계약을 맺을 때 출자가액을 명시하는 것과는 별도로 이익분배 비율과 손실부담 비율에 관해서도 결정해 두는 것이 분쟁 예방에 도움이 된다. 대법원 판례에서도 언급했듯이 조합관계의 이익금을 분기별로 정산하기로 했다면 이익배당은 매 분기 종료 시에 청구할 수 있다. 어느 분기에 이익이 발생했다면 다른 분기에 손실이 발생했는지에 관계없이 해당 분기의 이익배당금을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연도별로 이익배당금을 청구하기로 했다면 해당 연도의 분기별 손익을 가감해 연도 말 기준으로 배당 가능한 최종 이익이 있어야 이익배당금을 청구할 수 있다. 따라서 연도별 이익배당이 분기별 이익배당보다 조합원들에게 불리하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조합원은 원칙적으로 언제든지 탈퇴 가능
조합에서 탈퇴하는 방법에는 임의탈퇴와 비임의탈퇴가 있다. [사진 pixaba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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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에서 탈퇴하는 방법에는 임의탈퇴와 비임의탈퇴가 있다. 임의탈퇴는 말 그대로 원하는 때 조합에서 탈퇴하는 것으로, 민법에서는 조합계약으로 조합의 존속기간을 정하지 않거나 조합원의 종신까지 존속할 것을 정한 때에는 각 조합원은 언제든지 탈퇴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다만 부득이한 사유 없이 조합의 불리한 시기에 탈퇴하지 못한다는 것도 함께 규정하고 있다. 또 조합의 존속기간을 정한 때에도 부득이한 사유가 있으면 탈퇴할 수 있다.
비임의탈퇴는 일정한 사유가 발생하면 당연히 탈퇴가 되는 것으로서 그 사유에는 사망, 파산, 성년후견의 개시, 제명이 있다. 그런데 앞서 살펴보았듯이 조합원 사망은 조합 탈퇴사유에 해당하나 조합계약으로 조합원 지위의 상속을 허용했다면 상속인이 그 지위를 승계할 수 있다.
비임의탈퇴 사유 중 하나인 파산과 관련해 참고할 만한 사례가 있다. 즉, 조합원들이 조합계약 당시 차후 파산하는 조합원이 발생하더라도 조합에서 탈퇴하지 않기로 약정하는 것은 원칙적으로는 허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파산한 조합원이 제3자와의 공동사업을 계속하기 위해 그 조합에 잔류하는 것이 파산한 조합원의 채권자들에게 불리하지 않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대법원은 파산한 조합원의 채권자들의 동의를 얻어 파산관재인이 조합에 잔류할 것을 선택한 경우 조합원들 사이의 탈퇴금지 약정의 유효성을 인정한 사례가 있으므로 동업계약 시 이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 외에도 각자의 사정에 따라 어떤 경우에 조합이 해산되는 것으로 할지, 조합의 해산 시 잔여재산은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 조합의 존속기간은 얼마로 할 지 등에 대해 미리 정해둔다면 분쟁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상 동업계약에 대해 간략하게 살펴보았다. 다른 일반적인 계약과 마찬가지로 동업계약 역시 사업이 잘되거나 다른 동업자와 원만한 관계가 유지될 때가 아니라 분쟁이 생길 때를 대비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그래야 동업의 성공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정세형 큐렉스 법률사무소 변호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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