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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 (금)

특성 사라진 특성화고, 취업률 50%대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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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학생 사망사고로 현장실습 규제 강화

3학년 겨울방학에나 실습 … 학기 끝나 학교차원 관리 안돼

경기부진에 참여기업도 줄어 … 일반고 전학 늘고 신입생은 감소


아시아경제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한 때 90%를 상회하던 특성화고등학교의 취업률이 최근 몇 년간 급격히 떨어지다 올해 50% 수준으로 곤두박질 쳤다. 가장 큰 요인은 '현장실습' 규제 강화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학생들은 서둘러 전학을 결심하고 지원자도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우수한 현장 인력의 조기 양성이라는 특성화고 설립 취지를 유지하기 위해선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9일 아시아경제가 서울 시내 주요 특성화고를 대상으로 올해(2월 졸업생 대상) 취업률을 조사해 보니, 상당수 학교의 취업률이 지난해에 비해 10%포인트 가량 떨어졌다.


2017년 취업률이 91.9%에 달했던 A 공업계 특성화고는 지난해 80.3%, 올해 71.7%로 해마다 10%포인트씩 빠졌다. 또다른 B공업계 고교 역시 재작년 60.6%였다가 작년 72.3%로 소폭 오르는 듯 했으나 올해는 45.0%까지 폭락했다. 상업계 특성화고인 C고 역시 지난해 70.9%에서 올해 63.1%, 디자인 계열의 D고는 88.4%에서 63.0%로 미끄러졌다.


전체 특성화고의 평균 취업률은 2000년대 초반 90%를 넘나들었지만 지난해 65.1%를 기록했다. 역대 최저치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64.7%였다. 그러나 이 기록은 올해 깨질 것으로 보인다. 전국 특성화고 취업률이 모두 집계된 것은 아니지만, 전문가들은 지난해에 비해 10~20%포인트 정도 떨어져 50% 수준에 머물 것으로 분석한다.


취업률 급락은 어느정도 예견된 일이다. 요인은 경기부진으로 인한 고용 감소와 현장실습 제도 변화가 꼽힌다. 원래 특성화고 학생은 3학년 여름방학 전후로 현장실습을 나간다. 5~6개월 정도 실습에 참여하고 대부분 그 업체에 취업해왔다. 학생을 현장에 보낸 학교 입장에선, 실습이 취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관리하기 때문에 높은 취업률이 보장되는 구조다.


그러나 이 같은 '조기취업 연계형 현장실습'은 2017년 12월 발생한 사건 이후 폐지됐다. 당시 제주 특성화고에 다니던 이민호 군이 현장실습 중 사망한 사건이다. 이에 교육부는 '학습 중심 현장실습'으로 제도를 바꿨고, 실습은 2학기 겨울방학 이후부터 가능해졌다. 실습 일정이 한 학기 늦춰지면서 취업이 결정되지 못한 채 졸업을 하는 학생들이 많아진 것이다.


한 특성화고 교장은 "안전 사고는 국내 산업재해 사고율이 높은 것과 관련 있는데, 정부는 애꿎은 특성화고 현장실습만 문제를 삼아 제도를 바꿔버린 것"이라며 "학생들을 교실에 붙잡아 두면서 현장실습을 통한 직무능력 향상이라는 본래 취지가 퇴색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이런 변화는 경기부진 요인과 맞물려 기업의 실습 참여 감소로 이어졌다. 2016년 3만1060개 기업이 실습에 참여했지만 올해 1월 현재는 1만2266개에 불과하다. 참여 학생 수도 같은 기간 6만16명에서 2만2479명으로 급감했다.


특성화고가 취업을 보장해주지 못하자 학생들이 학교를 떠나는 이탈 현상도 뚜렷해졌다. 이미 특성화고에 다니고 있는 학생들은 취업 대신 대학 진학으로 진로를 바꾸고 있다. 특성화고에서 일반고로 전학을 간 학생은 서울에서만 2015학년도 615명, 2016학년도 710명, 2017학년도 947년으로 증가했다. 지난해는 777명이었다. 아울러 특성화고에 지원하는 학생도 감소하면서 상당수 학교가 신입생 모집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 같은 문제를 인지한 교육부는 올초 2022년 직업계고 취업률 60%대 탈환을 목표로 세우고 고교학점제 도입, 공무원 고졸채용 확대 등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실습 기회를 확대하는 정책 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조용 경기기계공고 교장은 "스스로 앞길을 개척할 수 있는 대졸자와 달리, 특성화고 졸업생들은 교사가 일일이 취업처를 알아봐줘야 하는 특성이 있다"며 "취업 정보를 공유하고, 취업한 학생들을 추적 조사해 그들이 어려움을 겪는 사항은 무엇인지 수시로 체크하는 등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현장실습이 '학기 중' 이루어져야 학교 차원의 관리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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