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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목멱칼럼]스튜어드십 코드가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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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 이코노미스트] 2009년에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포기했다. 노조의 반대로 실사를 할 수 없었던 게 이유였지만 주가 하락도 인수 포기에 상당한 역할을 했다. 조선업 경기에 대해 비관적 전망이 대세를 이루는 상태에서 주가까지 하락하자 더 이상 인수를 밀고 나갈 동력이 사라진 것이다. 만약 그때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했다면? 아마 지금 한화그룹은 상당히 곤란
이데일리

을 겪고 있을 것이다. 주력회사 몇 개를 내다 팔았거나 최악의 경우 그룹 전체가 휘청거리는 상태일 수도 있다. 일반투자자는 이렇게 중요한 사항에 관여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었다.

외환위기가 한고비 넘긴 후 시장에서는 위기 발생 원인을 근본적으로 제거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에 관한 논의가 많이 있었다. 그때 방안으로 제시된 게 주주총회 활성화와 사외이사제도 도입 그리고 주주자본주의이다. 지금까지 그 중 어떤 하나도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주주총회는 주주권에 대한 인식이 낮고 소액주주의 의견이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를 가지고 있어 최고 의사결정 기구로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사외이사제도 역시 선발부터 운용까지 대주주의 입김이 작용해 본래의 취지를 살리는데 실패했다. 주주자본주의는 자사주를 사주고 배당을 좀 더 주는 게 전부인 것처럼 변해 버렸다. 그래서 도입된 게 스튜어드십 코드이다. 대형 기관은 일반투자자보다 상황 분석 능력이 뛰어나고 보유 주식도 많으므로 이들이 기업을 견제하는 게 효율적이라 생각한 것이다. 그 첫 번째 결실이 대한항공 대주주 연임 부결이었다.

스튜어드십 코드를 처음 도입한 건 2009년 영국이다. 기관투자자들이 주주권 행사를 통해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걸 목표로 출발했다. 영국이 처음 도입한 이후 2012년에 캐나다, 2014년에는 일본 그리고 2016년과 2017년에 우리나라와 유럽연합(EU), 미국이 이 제도에 동참했다.

우리나라도 투자 기업의 가치향상과 고객과 수익자의 이익 도모를 통해 자본시장 및 경제를 건전하게 발전시키는 것을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의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7대 원칙을 마련했는데 이해상충방지정책 공개, 투자대상회사 점검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현재까지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유일한 기관이다 보니 이들의 주주권 행사를 연금 사회주의라 비난하는 목소리도 있다. 연기금을 통해 정부가 기업 활동에 개입함으로써 경영권과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의 최고의사결정 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고 정부소속 인력과 가입자 및 사용자 대표를 위원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그렇게 볼 수도 있다.

반대쪽에 있는 연기금은 생각이 다르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투자 철학이나 사상이 아닌 자산 운용 기법 중 하나라는 것이다. 자금을 운용해 높은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투자한 기업이 엉뚱한 일을 벌이지 않도록 견제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방치했다가 기업 가치가 크게 훼손되는 일이 발생할 경우 연금이 그 손실 모두를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일정 부분의 경영권 개입이 불가피하고 더 심할 경우 대주주에 대한 견제까지 갈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연금이 가지고 있는 주식도 의결권이 있는 이상 주주가 자기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보고 있다.

시장에서는 우리 주가가 다른 나라보다 낮은 이유를 지배구조 문제에서 찾고 있다. 경제 발전이 재벌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이들을 견제할 수단이 많지 않은데다 1970년대에 상장을 촉진하기 위해 과다한 경영권 보호 장치를 제공해 기업의 투명성이 떨어지니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주식시장이 올라갈 수 있다고 하면서 기업의 경영권에 참견하면 안 된다고 얘기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다. 대주주가 절대적 지배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불평하기 전에 스튜어드십 코드를 신경 쓸 필요가 없을 정도로 투명한 회사를 만들면 된다. 일본과 미국의 경우 스튜어드십 코드와 유사한 제도가 시행된 후 주가가 크게 올랐다. 기업 투명성에 대해 투자자들이 재평가해줬기 때문인데 동일한 흐름이 우리 시장에도 적용될 걸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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