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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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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는 쓸데없이 건강해" 20대 직장 후배의 흔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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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김현주의 즐거운 갱년기(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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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 앞에서 눈만 돌리면 동료들이 보인다. 신입부터 임원까지 자신의 입장에 따라 상황을 파악하는 방식은 다르지만, 오해와 이해를 경험하며 조금씩 더 비슷해져간다. [사진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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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직장 동료들이 지난밤의 음주 무용담을 나누다가 “아직 젊구나, 건강 좀 챙겨”란 인사말을 건넨다. 그걸 보고 있던 20대 사원이 속으로 하는 말. ‘젊지 않다고!! 40이 넘었다고.’ 그 날 점심시간, 20대 직원들이 모여 수다를 떤다. “40대는 쓸데없이 건강하지 않아?” “쓸데없이 건강하면서 쓸데없이 피곤해하고.” “정말이지. 그 세대 별로야~ 여전히 과거의 영광에 사로잡혀 있달까.” “자기네 시절이 제일 좋았다는 식이야.”

직장생활 10년이 넘은 30대의 직장인이 속으로 말한다. ‘아직 일도 제대로 못 하면서 알겠다는 듯한 얼굴로 대답하는 후배를 보면 왠지 짜증이 납니다. 40대 선배들은 일할 때도 아줌마가 되어 갑니다. 그렇게 되고 싶지는 않아, 라고 생각하지만 한편으론 그렇게 되는 것이 어떤 의미에서 편할지도, 라고도 생각합니다’

사내 화장실에서 마주친 40대 동료 둘이 20대 후배들에 관해 이야기를 꺼낸다. “중년을 싸잡아 본다고나 할까. 말하자면, 회사에서 오랫동안 일한 선배들을 어딘가 얕잡아보는 거지” “‘우리에겐 좀 더 특별한 미래가 있다’ 그런 건가?” “왠지 그런 말 그립네.” ‘우리도 그랬잖아, 뭐 그러니 그것도 귀엽긴 하네.”

마스다 미리의 신작 만화 『걱정 마, 잘될 거야』(이봄)에 실린 장면들이다. 더는 신입사원처럼 일할 수는 없다고 다짐하는 2년 차, 신입사원과 베테랑 사이에 끼어 분위기만 맞추는 자신이 마음에 안 드는 12년 차, 경력과 업무, 앞으로의 직장생활에 대해 고민하지만 쉽게 털어버리기도 하는 20년 차. 같은 직장에 다니고 있는 세 명의 여성이 회사에서 마주하는 순간들을 교차하며 구성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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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 미리의 신작 만화책 『걱정 마, 잘될 거야』를 읽다 보니 부서 내 팀원들의 마음이 궁금해졌다.




작가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이 작품 역시 여성이 경험하는 소소한 현실을 세밀하게 포착한다. ‘그래, 그렇지’, ‘그때는 그랬었지’ 하며 읽다 보니, 나 역시 회사에서 보냈던 지난 시간이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오십이 다 된 나이에 재취업을 한 상황이라 이전과는 다른 입장이지만, 오히려 그래서인지 직장생활과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후배들의 일상이 더 잘 보이게 되었다. 한 발짝 떨어져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어떻게든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다. 가다 보면 오르막을 만날 때도 있고, 때로는 벽에 부딪혀 돌아가기도 하고, 힘들게 올라가 봤지만 특별한 것이 없어 당황할 때도 있지만, 그 과정이 모여 나의 인생이 된다는 걸 어느 정도는 경험했기 때문이다.

마스다 미리의 책을 읽고 ‘우리 팀 기자들도 만화 속 등장인물들과 다르지 않겠구나’라고 생각했다. 막내 기자부터 편집장까지 30년이란 나이 차이가 있는 팀이니 오죽하랴. 밖으로 드러나는 태도와 대화 이면에 담긴 마음이 알고 싶어졌다. 이런 걸 궁금해하는 것도 후배들에게는 ‘꼰대’스럽게 보일 수도 있지만, 짐짓 모르는 척 막내 기자에게 물었다. “이 책을 읽다 보니 궁금하더라구. 직장생활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게 나이별로 어떻게 다를지 말이야.”

“저도 그 책의 20대와 크게 다르지 않아요. 처음 시작할 때는 기사를 배당받는 과정도 부담스러웠고, 취재하는 과정도 낯설었어요. 선배들이 조언해 줘도 이해도 안 갔고, 솔직히 공감을 다 한 것도 아니에요. 그런 식 말고 좀 다른 방법이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했었어요. 그렇게 고민하고 좌충우돌하며 2년 정도 지냈더니 ‘일 해왔던 방식, 그러니까 시스템에는 이유가 있구나’란 생각이 들더라구요.” 익숙해지며 수긍하게 된 부분이 많이 생겼어요.”

더는 깊은 고민은 안 하려고 하는데, 그럴 여유마저 없는 게 가장 큰 이유라고 했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정말 하고 싶은 것에 대해 생각을 많이 안 하게 돼요. 회사를 다니기는 해야 하는데, 고민해 봤자 크게 달라지는 건 없을 것 같고(웃음). 하지만 이 상태로 10년, 20년을 다닌다는 건, 잘 모르겠어요.”

열려있는 커뮤니케이션, 패기, 창조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회사의 캐치프레이즈가, 오랫동안 운영되어왔던 시스템에 적응하기를 바라는 조직문화와 함께 가는 건 쉽지 않다. 스타트업 기업과 기존 기업의 조직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게 이해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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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부터 50,60대까지 다양한 배경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한 건물에서 시간을 보낸다. 직장생활은 결국 일은 함께 한다는 것, 그것을 알아가는 과정이다. [사진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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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여 년 일한 베테랑 기자에게도 물었다. “완벽주의자처럼 굴었던 초년병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강약을 조절할 수 있게 되었어요. 힘을 언제 주고 빼야 할지를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 제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과 회사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다를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거죠. 예술가가 아닌 직장인이라는 걸 깨닫는 과정이었어요(웃음). 앞으로요? 이 자리에서 같은 일을 하며 10년을 더 보내고 싶지는 않지만, 아직은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는 상황이에요. 앞으로 하게 될 일에 대해 준비는 해야겠다는 생각은 해요.”

마침 팀에도 직장생활을 20년 가까이 한 후배가 있다. “일에 익숙해지고 잘한다는 평가를 들었던 초년병 시기에는 정말 욕심이 많았어요. 모든 일을 제가 다 마무리해야 직성이 풀릴 정도로요. ‘내가 하는 일이 나’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10년 차 즈음에는 ‘이렇게 하는 게 정답은 아니겠다’란 생각이 들었죠. 내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잘하자, 정도로 타협하게 되었다고나 할까요. 지금이요? 내가 아닌 우리 팀이 만족할 수 있는, 모두가 무리 없이 잘해낼 수 있는 수준을 유지하자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어요. 그러고 보니 직장생활이란 게 나 혼자 하는 일에서 함께하는 일로 넓어지는 과정이네요.”

정말 그렇다. 오랜 경력을 가지고 회사에서 일한다는 건 그간의 경험으로 ‘사업의 방향을 제시하고 성과를 끌고’ 가는 것만큼 ‘함께 하는 사람들과 같이 가는 과정’이라는 걸 알고 조금 더 긴 시간을 예측해 ‘모두가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그것이 20대와 30대, 40대의 긴 경험을 거친 50대의 우리가 해야 하는 일 아닐까? 책 한 권이 준 단상에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책상에 앉아본다.

김현주 우먼센스 편집국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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