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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IF] 필리핀서 발굴된 화석, 새로운 인류종으로 밝혀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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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5만 년 전 원시인류 ‘호모 루소넨시스’의 발가락뼈. 200만년 전 아프리카에 살았던 오스트랄로피테쿠스처럼 뼈가 휘어 있어 나무를 잘 탔을 것으로 추정된다. /AP 연합뉴스




필리핀에서 발견된 원시인류의 화석이 새로운 인간 종(種)으로 밝혀지면서 과거 동남아시아가 다양한 인간 종들이 공존해 인류 진화의 용광로와도 같았던 곳으로 드러났다.

프랑스 국립자연사박물관의 플로랑 디드로 박사가 이끄는 국제공동연구진은 지난 11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필리핀 루손섬의 한 동굴에서 5만~8만년 전 살았던 새로운 원시인류종의 화석을 발굴했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이 원시인류에 섬의 이름을 따서 '호모 루소넨시스(Homo luzonensis)'라는 이름을 붙였다.

연구진은 앞서 2010년 루손섬의 칼라오 동굴에서 6만7000년 전 인류의 발뼈를 발굴했다. 추가 발굴에서 넓적다리뼈 하나와 치아 7개, 손가락과 발가락뼈 각각 2개가 더 나왔다. 뼈들은 최소한 성인 두 명과 어린이 한 명에게서 나온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진은 치아와 뼈에서 DNA를 추출하는 데는 실패했다. 하지만 치아와 뼈의 크기와 형태로 보아 새로운 인류종으로 분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치아는 크기가 작지만 모양이 호모 사피엔스와 비슷했다. 반면 발가락뼈는 오히려 200만년 전 아프리카에 살았던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 가까웠다. 뼈가 호모 사피엔스보다 굵고 휘어져 밀림에서 나무를 타는 데 적합했을 것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루소넨시스는 현생 인류의 직계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뿐 아니라 2004년 인도네시아서 발굴된 원시인류인 '호모 플로레시엔시스'와도 활동 시기와 영역이 겹친다. 플로레시엔시스는 키가 1m로 작아 '호빗'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또 2010년 시베리아에서 처음 발굴된 데니소바인도 당시 동남아시아까지 진출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구 반대편에는 네안데르탈인도 아직 살아 있었다.

과학자들은 과거 여러 원시인류가 공존하면서 피가 섞였다고 본다. 실제로 오늘날 인류의 DNA에는 4만년 전 멸종한 네안데르탈인의 DNA가 발견된다. 티베트인과 파푸아뉴기니인의 유전자에는 데니소바인의 흔적도 나왔다. 앞으로 플로레시엔시스나 루소넨시스의 유전자가 현생 인류에서 발견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연구진은 호모 루소넨시스가 200만년 전 아프리카를 떠나온 호모 에렉투스의 후예라고 추정했다. 플로레시엔시스와 마찬가지로 섬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독자적으로 진화했다는 것이다. 미국 스토니브룩대의 윌리엄 융거스 교수는 네이처 인터뷰에서 "동남아시아의 섬들은 인류 진화의 단순한 시나리오를 복잡하게 만드는 고생물학적 경이들로 가득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yw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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