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업체 예외조항 악용해 법 우회…법률과 현실 괴리 메울 것"
위법성 심사지침 7∼8월 제정…이르면 하반기부터 본격 조사 나설 듯
공정위는 이런 행위를 심사하는 세부 기준을 마련해 '판촉비 50% 분담' 규정이 실제 거래 과정에서 지켜지는지를 출발점으로 조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
17일 관가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 13일 서울 고려대 경영관에서 열린 유통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기조 강연을 하며 이런 방침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유통산업이 한국 제조업에 올바른 길을 제시하고 혁신 동기를 부여하는 '내비게이터'(Navigator) 역할을 한다고 평가했다. 모든 산업이 유통을 통해 최종소비자와 연결된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갑'이 수익을 독식해 유통 생태계를 위협한다고 우려했다. 궁극적으로는 혁신성장 동력을 저해하고 일자리 창출에도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다.
그는 2017년 취임 이후 가맹·대규모유통·대리점과 관련한 불공정거래 근절대책을 발표해 일정 정도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앞으로는 특히 백화점·대형마트·인터넷쇼핑몰 등 대규모유통업에서 나타나는 판촉비 전가 행위를 엄격하게 규율하겠다는 방향성을 제시했다.
그는 "광고판촉 활동을 하게 되면 유통업체는 납품업체에 조건 등이 담긴 서면을 내주고, 비용은 절반씩 부담하도록 대규모유통업법은 규정하고 있다"며 "상생 관점에서 너무나 당연한 규정이지만, 일부에서는 법 규정을 우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은 납품업자가 '자발적'으로 다른 납품업자와 '차별화'되는 판촉행사를 할 때는 납품업체가 비용을 100% 부담할 수도 있는 예외 규정을 두고 있다.
일부 유통업체는 이 규정을 악용해 서류를 꾸며 '을'이게 판촉비용을 전가하는 것이 현실이다.
김 위원장은 이런 관행에 "과연 자발적 요청인지 의문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공정위는 향후 자발적 요청 여부 등에 대해 촘촘히 살펴봄으로써 법률과 현실의 괴리를 메워나가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입구 |
김 위원장은 또 '50% 분담' 규정이 실제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점과 관련해 "예의 주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실제 거래 현장에서 이 규정이 어떻게 무너지는지를 예시를 통해 설명했다.
유통업체가 가져가는 판매 수수료율이 30%라고 했을 때, 100원짜리 물건을 팔면 유통업체는 30원을, 납품업체는 70원을 가져간다.
만약 20% 할인행사를 진행하면 100원짜리 물건은 80원에 판매하게 된다. 광고판촉비가 20원이라는 의미다.
이 상황에서 판매 수수료율 30%를 고정하면 유통업체는 24원을, 납품업체는 56원을 가져가게 된다. 광고판촉비는 각각 6원과 14원으로, 50% 분담은커녕 '을'이 2배 이상 판촉비를 부담하는 꼴이다.
김 위원장은 "판매 수수료율을 고정하면 광고판촉비를 절반씩 분담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며 "이러한 분쟁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예의 주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정위는 이러한 유형의 '판촉비 갑질' 여부를 쉽게 판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작년 12월 '판촉비용 부담 전가 행위에 대한 위법성 심사지침' 제정안을 행정예고한 바 있다.
공정위는 간담회를 통해 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오는 7∼8월 지침을 시행한다. 이후에도 위법 행위가 계속된다면 올해 하반기에는 대대적인 조사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향후 관련 조사의 출발점은 판촉비 50% 분담이 제대로 지켜지는지"라며 "이후 더 심층적으로 살피다 보면 판촉행사의 자발성과 차별성 여부도 조사하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2vs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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