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부터 잠재적 인수 후보군 하마평…항공산업 30년만에 최대 재편기 도래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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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아시아나항공이 매각 절차를 밟는다. 시장에선 SK그룹과 한화그룹, CJ그룹 등 쟁쟁한 그룹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항공업계는 자금력을 갖춘 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경우 기존 대한항공의 자리도 위협할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30년 넘게 유지돼 온 항공산업의 구도가 재편될 수 있다는 것이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이날 비공개로 금호산업 이사회를 열었다. 이사회에선 자회사인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는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의 지분 33.47%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유동성 위기에 결국 백기 =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박삼구 전 회장 일가의 금호고속 지분을 담보로 5000억원의 유동성 공급을 요청하는 자구안을 냈으나, 채권단으로부터 '퇴짜'를 맞으면서 아시아나항공 매각설이 부상하기 시작했다.
특히 오는 25일 아시아나항공에 6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도래하면서 매각설은 더욱 힘을 얻었다.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한 약 1조원 규모의 자산유동화증권(ABS)엔 신용등급이 하락하거나, 회사채 유효신용등급이 소멸될 경우 조기상환 요건이 발동되는 조건이 붙어있다. 25일 이후 신용등급이 설정된 새 회사채가 발행되지 않으면 아시아나항공은 디폴트 위기에 처할 수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주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전제로 유동성을 공급받는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 매각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한 관계자는 "2006~2008년 차입에 의존한 대우건설ㆍ대한통운 인수, 뒤이은 무리한 그룹 재건이 선대(先代)가 일궈온 그룹을 망가뜨린 셈"이라고 촌평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절차 =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을 전제로 한 재무구조 개선약정(MOU)에 합의하면, 금호아시아나그룹(금호산업)은 본격적인 매각 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금호산업은 실사 및 매각주관사를 선정한 후 33.47%에 이르는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구주매출(기존 대주주의 지분을 일반에 공개적으로 매각하는 것) 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주가를 고려할 때 해당 지분의 가치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제외하고 3000~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된다.
이 과정에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분할 매각이 점쳐졌던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에어부산ㆍ에어서울ㆍ아시아나IDTㆍ아시아나세이버 등)들은 모회사와 함께 통매각으로 가닥이 잡힐 가능성도 있다. 자회사들은 아시아나항공과 내부거래비중이 높거나(아시아나IDT) 직ㆍ간접적인 연결관계(에어부산ㆍ에어서울ㆍ아시아나세이버 등)에 놓여있어 분리 매각이 어렵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잠재적 인수 후보군 = 아시아나항공의 잠재적 인수 후보군으론 SK그룹, 롯데그룹, 한화그룹, CJ그룹, 금호석유화학, 애경그룹, 호반건설 등이 꼽힌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SK그룹. 그룹의 주력사업인 정유사업을 통해 항공유의 안정적 수급이 가능한데다, 배터리ㆍ반도체 등 항공운송 수요가 높은 사업군을 보유하고 있는 등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평가다. SK그룹은 지난해 최규남 전 제주항공 대표를 수펙스추구협의회 내 글로벌사업개발부 부사장으로 영입한 바 있다.
한화그룹도 이전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인수를 검토하는 등 항공분야에 관심이 많다. 한화그룹은 자회사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통해 항공기 엔진사업을 영위 중이다.
호텔ㆍ유통ㆍ면세점 사업 등을 갖춰 항공산업과 충분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롯데그룹도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인수 후보군 중 하나로 꼽힌다. 육상운송 기업을 두고 있는 CJ그룹도 거론된다. CJ그룹은 2012년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부터 대한통운을 인수한 바 있다.
이외에 아시아나항공의 지분 11.98%를 보유중인 금호석유화학, 국내 1위 저비용항공사(LCC) 사업자인 제주항공을 보유한 애경그룹, 호남 기반 건설사인 호반건설도 잠재적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자는 금호산업이 보유한 지분(33.47%) 3847억원에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매입해야 한다"며 "또 연내 상환해야 하는 차입금 1조2700억원 등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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