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직장 의식변화 조사
“여성비하적 언행 줄었다”
“불편함 느끼는 남성 늘었다”
직장인들은 미투 이후 지난 1년 동안 직장 풍경이 상당히 바뀌었다고 말한다. 여성비하적 언행이 줄고 회식 문화가 바뀐 것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여성을 아예 배제하는 ‘펜스룰’이 등장하는 등 반작용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민주노총 여성위원회는 10일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와 함께 올 초부터 3개월간 ‘미투 이후 현장의 의식 변화’를 조사한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는 민주노총 소속 380개 사업장 내 여성 737명, 남성 1048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조사 결과 직장 내에서 이뤄지는 성폭력 피해에 대한 공식 문제제기는 예상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각 사업장을 대표하는 노조 간부 38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지난 1년간 성폭력 관련 공식 문제제기가 접수됐다고 응답한 사람은 87명(24.0%)이다. 피해 유형은 성희롱이 44.8%로 가장 많았고 성추행이 27.6%, 2가지 이상의 유형이 섞인 성폭력이 27.6%로 나타났다. 사건 처리와 관련해서는 피해 규명이 잘됐다는 응답이 64.2%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피해자 보호(23.2%), 가해자 처벌(24.7%) 등이 잘못 처리됐다는 의견도 상당수 있었다.
지난 1년간 회사에서 이뤄진 긍정적인 변화로는 ‘성적인 농담이나 여성비하적 언행이 줄었다’는 점을 남녀 모두 첫손에 꼽았다. ‘회식이 줄거나 회식문화가 달라졌다’ ‘회사 경영진이 성폭력 예방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응답도 남녀 모두에서 높게 나타났다. 다만 남성의 40.5%는 ‘남성 노동자들이 성폭력 문제에 더 관심을 갖게 됐다’고 응답한 반면, 여성 조합원은 25.5%만 인정해 차이가 있었다.
지난 1년간 이뤄진 부정적 변화에 대해서도 남녀의 시각차가 컸다. 여성 응답자들 사이에서는 ‘성폭력 사안에 대해 남성 노동자들이 더 불편해한다’(35.4%)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반면 남성 응답자들은 ‘업무에서 여성과 함께 일하지 않으려는 경우가 늘었다’(44.4%)를 가장 많이 꼽았다.
신경아 교수는 “여성들은 부정적 변화로 남성의 태도를 지적했는데 남성들은 실제로 업무와 회식에서 여성이 배제된다고 응답한 것”이라며 “업무와 회식에서 여성을 배제하는 구조적 차별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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