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그룹의 비상 상황을 반영하듯 서울 종로구 공평동 본사 앞 신호등에 노란불이 켜져 있다. [이충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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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KDB산업은행에 제출한 자구계획안에 대한 채권단 입장은 "시장의 평가에 따르겠다"로 요약된다. 10일 산업은행 관계자는 "금호 측이 제출한 자구계획을 검토하기 위해 채권단 회의를 개최하는 등 관련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면서도 "신용평가사, 주식시장 등 시장 반응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시아나항공이 올해 내에 갚아야 할 1조원이 넘는 부채 대부분은 시장에서 조달한 자금이다. 이들 자금은 신용평가사가 평가하는 아시아나항공 신용등급에 따라 상환 요건이 달라진다. 따라서 신용평가사들이 이번 자구안을 현재 신용등급을 유지하기에 충분한 정도라고 판단할지가 중요하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만일 자구안 내용이 충분하지 않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이면 금호는 새로운 자구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자구안 내용이 시장이 기대했던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아니라는 점에서 시장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많은 시장 참여자들이 상황을 깔끔하게 해결하기 위해선 자금력이 풍부한 투자자가 금호의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매입하고 부채를 대신 떠안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번 자구계획을 통해 박 전 회장이 새롭게 내놓은 건 박 전 회장 아내와 딸의 금호고속 지분뿐이라는 지적도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은 우량자산 대부분을 매각한 상태라 남아있는 자산을 처분해도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미 산업은행에 담보로 잡혀 있는 박 전 회장과 아들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의 금호고속 지분을 다시 담보로 제공한다는 제안은 어불성설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채권단 일각에서는 이번 자구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박 전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내놓지 않는 한도에서 시장 신뢰를 얻기 위해 애쓴 듯하다"며 "금호타이어 매각 시 채권단과 마찰을 빚었던 상표권 문제 등을 언급한 것이 그 예"라고 설명했다.
금호 역시 이번 자구안을 중간단계로 생각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채권단이 5월 초까지 시간을 줬음에도 예상보다 일찍 자구안을 제출한 건 시장 반응을 확인하고 채권단과 협상하기 위한 중간단계로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채권단은 산업은행과 아시아나항공 사이에 맺은 재무구조 개선 MOU 효력기간을 3년으로 늘리자는 금호 측 제안에 대해서는 떨떠름한 반응이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1년에 한 번씩 경영 정상화 이행 여부를 평가해 MOU를 맺어 왔는데 이 기간을 갑자기 3년으로 늘리자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며 "시간 끌기가 아닌지 의심하는 눈초리도 있다"고 털어놨다.
[김동은 기자 / 이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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