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기한 연장 문제를 놓고 일정 조건 아래 최대 1년까지 탈퇴를 유예하는 초안을 마련했다. 또 영국이 조건을 거부하거나 이행하지 않을 경우 오는 6월 1일(현지시간) 즉각 탈퇴가 이뤄지는 내용도 담았다.
앞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합의 없이 EU를 탈퇴하는 노딜 상황을 막기 위해 오는 12일로 예정됐던 탈퇴 시점을 6월 30일까지 미뤄달라고 요청한데 대해 EU측이 '조건부 장기 연장안'으로 새로 제안한 것이다.
9일 블룸버그통신,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EU 정상회의 하루 전날인 9일 EU회원국 지도자들에게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서한을 보냈다.
투스크 의장은 "지금까지 영국 하원에 대한 깊은 분열과 우리의 경험을 감안할 때 브렉시트 협상안의 비준이 6월 말까지 이뤄질 것이라고 믿을 이유가 거의 없다"면서 '장기 연장안'을 제시했다.
투스크 의장은 이어 "현재 가능성 있는 대안은 필요한 기간만큼 연기하되 1년을 넘기지 않는 '탄력적 연기' 방안이 있다"며 "브렉시트 기한을 장기간 유예하는 장기 연장은 계속 변하는 '벼랑 끝' (브렉시트) 시한의 문제점을 제거해 불확실성을 줄이고 예측 가능성을 높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투스크 의장은 서한에서 연장 조건으로 브렉시트 합의안 중 EU 탈퇴협정 재협상이 불가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오는 23일부터 나흘간 예정된 유럽의회 선거에 영국이 참여해야 한다는 점 등 추가 조건도 포함됐다.
다만 합의안과 함께 마련된 '미래관계 정치선언'은 수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물론 연장이 이뤄지더라도 영국과 EU 의회가 합의안 비준 동의 절차를 완료하면 브렉시트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
이어 투스크 의장은 "연장 허가는 EU의 다른 우선순위 문제들을 '그림자'로 만들고 불확실성을 야기할 수 있다"면서 "긴급 정상회담도 벼랑 끝으로 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교착국면에서 장기 연장은 영국이 브렉시트 전략을 재고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블룸버그통신은 EU 회원국 외교관들을 인용해 "유예되는 브렉시트 기한이 오는 12월에서 내년 3월 사이"라면서 "브렉시트 장기 연장안에 대한 전망은 어떠한 댓가를 치르더라도 벼랑끝에서 출발해야 하는 상황을 피하고 싶었던 기업들에게는 희소식"이라고 전했다.
브렉시트 연장 여부는 오는 10일 EU 정상회의에서 EU 지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최종 판가름날 예정이다. 이에 메이 총리는 이날 독일 베를린과 프랑스 파리를 잇달아 방문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만나 브렉시트를 6월 30일까지 추가 연장해 달라고 설득에 나섰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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