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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이슈 최저임금 인상과 갈등

상장사들 "장사 안된 이유? 트럼프보단 최저임금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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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보고서 10건中 1건꼴로 `최저임금` 쇼크 반영

대외 변수보다 대내 악재에 민감했던 2018년 기업살림

근로시간단축부터 `소주성`까지 정책평가 이어져 눈길

이데일리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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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다행스럽게 최근 최저임금이나 근로시간 단축과 같은 정책수단의 오류를 수정하려는 움직임이 있으나, 증폭된 갈등과 불신으로 적절한 사회적 합의를 이룰지 걱정스럽다.`

정치권 성명도, 언론사 칼럼도, 시민단체 보도자료도 아니다. 코스닥 상장 물류업체 선광(003100)이 지난해 영업환경을 돌아보고 사업보고서에 남긴 평가다. 상장사가 정부 정책을 적극적으로 평가해 의견을 단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규제 산업인 자본시장에 속해 있으면서 정부와 날을 세우는 것은 부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성광과 비슷한 기업이 다수 등장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지난 한해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때문에 장사에 타격을 입었다고 토로하고 있다.

◇열에 하나 `최저임금` 현기증 호소

3일 이데일리가 지난해 결산 외부감사 기업(코스피·코스닥·코넥스·기타법인 등)이 올해부터 전날까지 제출해 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한 사업보고서 2646건(영업보고서 중복 포함)을 검토한 결과, `최저임금`(인상)을 언급한 사업보고서는 262개(최저시급 8건 포함)로 전체의 9.9%를 차지했다. 적어도 기업 10곳 가운데 1곳은 최저임금 인상을 영업에 영향을 주는 변수로 받아들였다는 의미다.

이들의 인식은 부정적인 쪽에 쏠려 있었다. 사업보고서에 등장하는 `최저임금` 단어는 영업 환경에 악영향을 주는 맥락에서 쓰였다. 예컨대 `최저임금 급격한 인상에 따라 체감경기 크게 악화`(CJ제일제당(097950)), `최저임금 상승 등으로 어려운 환경 지속`(이마트(139480)), `최저임금 인상 부담 감내하며 힘겨운 싸움을 버틴 한 해`(아이디스홀딩스(054800)), `최저임금 인상 등 기업 경영환경 무척 어려워져`(농심홀딩스(072710)) 등 맥락에서 쓰였다. 실제로 이마트 주가(3일 기준)는 정확히 1년 전과 비교해 40.2% 급락했고 같은 기간 농심홀딩스도 20.18% 떨어지는 등 어려웠던 영업환경이 주가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사실 최저 임금은 매년 오르는 것이라서 기업 경영에 변수라기보다 상수에 가깝다. 그러나 사업보고서의 초점은 `상승`이 아니라 `상승폭`에 맞춰져 있었다. 최저임금 상승폭(전년 대비)을 보면 2016년 8.06%, 2017년 7.29%에서 지난해 16.38%로 크게 확대됐다. 올해 인상 폭은 10.88%로 지난해보다는 둔화했지만 예년보다 높다.

◇`트럼프`보다 신경 쓰인 `주 52시간제`

최근 3년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기업이 느낀 현기증이 사업보고서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제출된 사업보고서(2017 사업연도) 가운데 ‘최저임금’을 언급한 것은 102개뿐이었다. 2017년은 단 8곳(2016 사업연도)에 불과했다.

근로시간 단축도 기업에 큰 변화였다. 2018년 사업보고서에 `52시간` 문구는 68건, `근로시간 단축` 문구는 66건 등장했다. 2017년 사업보고서에서 각각 2건과 33건 등장했으나 이번에 언급이 크게 늘었다. 대부분 부정적인 배경에서 쓰였다. `최저 임금 인상과 더불어 근로시간 주 52시간 단축은 우리 회사와 같은 많은 영세 중소기업을 힘들게 했다`(한국가구(004590))는 식이었다.

반면에 대외 변수를 언급한 횟수는 대폭 줄었다. `트럼프`(미국 대통령 지칭) 언급은 그가 당선한 2016년 273건을 기록하고서 2017년 131건, 2018년 51건으로 각각 감소했다. `시진핑`(중국 주석 지칭) 언급은 2016년 8건, 2017년 22건, 2018년 9건이었다. 기업이 대외 불가항력 변수보다 국내 정부정책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 것으로 분석된다.

◇과감한 정책 평가..진화하는 사업보고서

대놓고 정부 정책 탓을 하지는 않아도 정책에 따른 여파를 기술함으로써 완곡하게 정책에 대한 평가를 한 경우도 있다. 신한금융지주(055550)는 같은 정부 정책을 시차를 두고 다르게 해석해 주목된다. 신한지주는 2017년 사업보고서에서 `정부 소득주도 성장 정책 및 일자리 정책은 민간소비 회복에 기여해 급격한 경기 하락을 막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2018년 사업보고서에서는 `정부 소득주도 성장정책에도 고용부진이 민간소비에 영향을 미쳐 소비회복 모멘텀이 악화`라고 적었다. 소득주도 성장정책이 실패했다는 의미는 아니더라도, 소비회복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는 평가다.

물론 정부 정책을 지지하는 기업도 더러 있었지만, 업종은 제한적이었다.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여행 수요 증가`(여행 업종)와 이로써 `이동 수요 증가`(항공 및 렌터카 업종)가 기대된다는 것이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져 홈웨어 관심 증가 기대`(BYC(001460))라는 낙관적인 전망도 나왔다. `정부 소득주도 경제성장 정책과 최저임금 인상, 고용안정화 등 정책 효과가 나타났다`(KB오토시스(024120))는 일반과 반대되는 해석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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