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원로들 청와대 간담 쓴소리
박승·전윤철·김중수 등 8명 참석
“소득성장과 혁신성장은 상충
과격노조에 끌려다녀선 안 돼”
문 대통령 특별한 이견 안 보여
시작부터 곧바로 비공개로 진행된 간담회에선 소득주도 성장 정책 등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이 쏟아졌다. 전윤철 전 원장은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 기조인 소득주도 성장과 혁신성장은 상충된다”고 지적했다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밝혔다. 그는 “기업이 혁신성장을 하려면 돈이 투자로 연결되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하는데 소득주도론은 투자에 쓸 유보금을 노동자와 일단 나눠 쓰자는 개념”이라며 “노동의 유연성도 확보되지 않고 각종 규제도 그대로인 상황에서 혁신성장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그는 특히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곳은 결국 기업이다. 52시간 근로제도 시장의 수용성을 감안해야 한다”며 “기업이 요구하는 모든 규제를 취합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특별기구라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고 한다.
박승 전 총재도 “소득주도 성장은 매우 정당한 것이나 문제는 최저임금제라든지, 52시간제라든지 구체적인 정책수단이 오히려 역효과를 내서 소득주도 성장의 목표에 역행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당면한 최대 과제는 민간투자의 유발”이라며 “일자리를 위해 정부만 나설 게 아니라 민간이 호응하도록 규제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정책에 대해서도 “과격 노조에 끌려다니지 말라. 특히 광주형 일자리까지 반대하는 세력에 의연하게 대처해야 국민이 박수를 보낼 것”이라고 건의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노무현 정부 때 감사원장과 한은 총재를 지냈다. 박 전 총재는 문 대통령의 대선 싱크탱크였던 ‘국민성장’의 자문위원장을, 전 전 원장은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을 만큼 문 대통령과 가까운 관계다.
노무현 정부에서 공정거래위원장을 지낸 강철규 전 위원장도 “정부의 정책 선정과 실행면에서 후한 점수를 줄 수 없다. 경제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인식이 부족하다”고 진단했다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소개했다.
경제 원로들 “일자리 만드는 건 기업 … 민간투자 유발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청와대로 경제 원로들을 초청해 경제 현안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 문 대통령이 이날 원로와 오찬간담회를 마친 뒤 함께 경내를 산책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정표 KDI 원장,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 문 대통령, 박봉흠 전 기획예산처 장관,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 정운찬 전 총리, 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장, 이제민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전윤철 전 감사원장. [강정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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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예산처 장관과 청와대 정책실장 출신의 박봉흠 전 장관도 “중장기적으로 재정 안정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명박 정부 때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냈던 김중수 전 한은 총재는 “임금을 이렇게 올려놓고 가만히 있으면 어떻게 하느냐. 생산성보다 더 높은 임금을 받는 사람은 교육해서라도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며 “글로벌 경제가 나빠지는데 소득주도 등 국내 문제만 얘기하는 것은 문제”라고 비판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원로들의 지적에 특별한 이견은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듣기 불편할 수도 있는 말이 이어졌지만 문 대통령은 유연한 태도를 보였다”며 “특히 소득주도 성장의 속도 조절에 대해서는 동의하는 측면도 있어 보였다”고 전했다. 그러나 간담회가 끝나고 2시간40분여가 지난 뒤 배포된 고민정 부대변인 명의의 청와대 서면브리핑에는 원로들의 따끔한 지적들이 상당수 빠지거나 두루뭉실하게 표현돼 있었다.
청와대의 서면 브리핑에 소개된 자신의 발언을 본 한 참석자는 “이런 식으로 듣고 싶은 대로 해석할 거면 뭐하러 원로들을 초청했느냐”고 말했다.
한애란·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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