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재 출연 현실적으로 어려워
지주격 금호고속 朴 일가 지분
채권단에 내놓으라는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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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구 금융위원장이 3일 아시아나항공 사태와 관련해 “(회사의) 어려움의 근본적인 배경은 지배구조 문제”라며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책임론을 강조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관리·감독하는 금융당국 수장이 직접 특정 기업의 지배구조 문제를 언급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시장에서는 최 위원장의 이번 발언이 박 회장이 등기 이사직 사퇴와 같은 상징적인 경영일선 후퇴가 아니라 필요하다면 그룹 경영권 포기와 같은 백기 투항을 유도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최 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우리은행 ‘디노랩’ 개소식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과거에도 박 회장은 한번 퇴진했다가 경영일선에 복귀했는데 이번에 그런 식이면 시장 신뢰를 얻기 어렵다”면서 “회사가 어려워진 근본적인 배경은 지배구조 문제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고 강조했다. 최 위원장이 유동성 위기에 처한 아시아나항공에 대해 시장이 신뢰할 수 있는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고 밝힌 적은 있지만 지배구조 문제를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 위원장의 발언은 아시아나항공이 지난 1일 △자산매각 △노선정리 △조직개편 단행 등을 골자로 한 자구방안 계획을 밝힌 지 불과 이틀 만에 나온 것이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자산매각과 노선정리와 같은 자구책은 시장 신뢰회복의 근본책이 될 수 없으며 사태 해결을 위해서는 박 회장이 결자해지의 모습을 보여달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 측에 자산매각 이상의 자구안을 요구하고 있다는 얘기다.
최 위원장의 발언대로 박 회장이 그룹 경영에 복귀하는 것을 차단하려면 결국 그룹 지배구조의 최상단에 놓여 있는 박 회장 보유 금호고속 지분의 처리 문제가 대두 될 수밖에 없다. 박 회장은 금호고속 지분을 31.1%, 아들인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은 21.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박 회장은 이를 지렛대 삼아 금호고속→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으로 이어지는 그룹 지배권을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박 회장 부자가 보유한 지분 52.1% 가운데 40%가 주채권은행인 산은에 담보로 잡혀 있다는 점이다. 박 회장은 2015년 그룹 재건을 위해 금호산업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자금 마련을 위해 산은의 담보로 묶여 있던 금호타이어 지분(8.14%)을 산은 동의하에 매각했다. 대신 당시 아들과 함께 보유했던 금호홀딩스(현 금호고속) 지분 40%를 대체 담보로 제공했다. 2017년 금호타이어가 중국의 더블스타로 매각됐지만 산은은 박 회장 부자에 대한 담보권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산은 관계자는 “지분 매각으로 회사의 주인이 채권단에서 더블스타로 바뀌었을 뿐,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 경영 시절 빌린 돈 2,500억여원에 대한 지분 담보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결국 시장에서는 박 회장 보유 금호고속 지분의 사재출연 얘기가 나오지만 현실적으로는 추가담보 제공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명목상 박 회장이 금호고속을 통해 그룹을 지배할 뿐 사실상 담보로 잡힌 지분의 처분 권한 등은 채권단의 손에 있다는 얘기다. 채권단이 더 이상 사재 출연할 여력도 없고, 자산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도 한계가 분명한 아시아나항공에 자구안을 계속해서 요구하는 것은 담보권이 설정된 금호고속 지분을 지렛대로 박 회장을 압박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배구조의 핵심인 금호고속을 압박해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인 금호산업 이사회를 움직일 수 있다면 채권단 주도의 경영정상화 방안 마련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금융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자산 가운데 알짜 자산은 에어서울과 에어부산인데 이를 팔면 당장 캐시카우가 사라져 회사 정상화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며 “결국 금융당국이나 채권단이 원하는 것은 박 회장이 그룹 경영에 복귀하는 것을 완전히 차단할 수 있는 방안, 다시 말해 현재 담보로 묶여 있는 금호고속 지분의 포기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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