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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브렉시트' 영국의 EU 탈퇴

출구 못찾는 브렉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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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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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는 '브렉시트' 합의안이 또다시 영국 의회의 반대에 부딪힌 가운데 양측이 합의 없이 갈라서는 '노딜' 브렉시트를 막기 위한 투표가 다시 한번 실시된다. 이번에도 영국 의회가 뜻을 모으지 못하면 설마 하던 '노딜'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31일(현지시간) 영국 BBC 등 현지 언론은 1일 영국 하원에서 추가 '의향투표'가 진행된다고 보도했다. 의향투표는 하원이 과반 지지하는 브렉시트 대체안을 찾을 때까지 제안된 여러 안건에 대해 투표하는 것이다. 하원은 지난 27일에도 의향투표를 열었으나 상정된 안건 8개를 모두 부결했다.

그러나 지난 29일 하원에 상정된 브렉시트 합의안이 세 번째로 부결돼 '노딜' 위험이 커지자 이를 대체·보완할 수 있는 안건을 마련하기 위해 또 투표를 진행하는 것이다. 이날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의 EU와의 합의안은 찬성 286표, 반대 344표로 58표 차로 절반을 넘지 못했다.

앞서 1월 중순 열린 첫 번째 승인투표와 지난 12일 두 번째 승인투표에서 이를 각각 230표, 149표 차로 부결한 데 이어 합의안이 다시 한번 의회 문턱을 넘지 못한 것이다. 이로써 상황이 변하지 않는 이상 영국은 오는 12일까지 '노딜'을 선택하거나 EU에 브렉시트 탈퇴일 '장기 연기'를 신청한 후 5월 23일부터 예정된 유럽의회 선거에 참가해야 한다.

합의안 부결 직후 EU 집행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노딜 브렉시트는 이제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가 됐다"며 "EU는 노딜에 대한 준비를 완벽히 마쳤다"고 밝혔다.

이날 의향투표에 오를 안건 중 가장 유력한 것은 영국이 EU 관세동맹에 영구 잔류하는 안이다.

앞선 의향투표에서 이 안건은 8표라는 가장 적은 격차로 과반에 미치지 못했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EU와 관세동맹 관계를 맺는 협상안을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집권 보수당 측은 이에 반대하고 있다.

브랜던 루이스 보수당 의장은 라디오에 출연해 "관세동맹에 잔류하는 것은 EU 탈퇴를 지지한 국민의 선택에 반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 밖에 2차 국민투표 안건 등도 의원 절반 이상의 지지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향투표에서 과반을 확보한 안건이 도출돼도 끝은 아니다. 의향투표는 법적 효력이 없어 정부가 이를 꼭 받아들일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메이 정부는 여전히 의회가 아니라 정부와 EU 간 합의안 통과를 1순위로 두고 있다. 루이스 의장은 "정부는 2016년 국민투표를 존중하고자 하며 이를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브렉시트 협정을 이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정부는 세 차례 승인 투표에서 찬반 표차가 줄어든 것에 대해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언급하며 오는 3일께 네 번째 승인 투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정부가 의향투표를 통과한 안건 내용을 합의안에 반영하거나, 통과 안건을 합의안과 함께 결선 투표(run-off)에 부칠 가능성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나리오가 성사되면 추후 승인투표에서 합의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고 영국은 당초 EU와 합의한 대로 5월 22일 EU를 탈퇴하게 된다.

만약 예정된 의향투표 등에서 아무런 합의가 마련되지 못하고 영국이 브렉시트 '장기 연기'를 한다면 다양한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탈퇴일을 미룬 후 메이 총리가 사퇴하고 조기 총선에 들어가거나, 브렉시트에 대한 제2국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원내 최대 의석을 차지하는 보수당은 이 같은 구상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 세 번째 승인투표가 부결로 끝난 후 보수당 의원 314명 중 내각 장관 10명을 포함한 170명은 메이 총리에게 "수개월 내로 영국은 EU를 탈퇴해야 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선데이타임스는 영국 내각이 붕괴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류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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