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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버닝썬 사태

[취재파일] '버닝썬 성폭행' 경찰이 그냥 돌아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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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까지 가 놓고…보안 요원 말만 믿고 철수한 경찰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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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2월, 강남 버닝썬 클럽 VIP 룸에서 벌어진 일

지난해 12월 1일, 클럽 버닝썬에 간 A 씨는 2층 VIP룸에서 성폭행으로 의심되는 장면을 발견했습니다.

[A 씨/최초 신고자 : 처음 눈에 들어온 게, 여자가 아예 의식 없이 소파 위에 누워있었고…]

바로 112에 신고했지만, 두 시간 뒤에야 경찰에서 전화가 왔다고 합니다. 내용도 황당했습니다.

[A 씨/최초 신고자 : 전화를 했으면 (경찰이) 신고 상황에 대해서 물어볼 수도 있었는데 그런 것도 아니었거든요. '경찰입니다' 이것도 아니고 '클럽에서 신고를 했죠?' 이런 식으로 운을 떼 버리니까…]

이런 사실이 지난 토요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알려지면서, 경찰에선 부랴부랴
어떻게 된 일인지 파악에 나섰습니다. 내부 보고를 위해 진상보고서를 만들었는데, 당시 출동기록표까지 함께 입수했습니다. 경찰의 안일하고 무능한 대응이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 총력 동원해야 할 '코드 제로'에 단 2명 출동

최초 신고는 07시 09분, 강남의 클럽에서 성폭행을 목격했다는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대응 단계는 '코드 제로'. 이 '코드'에 관해 말씀드리자면, 경찰은 112 신고가 들어올 때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우선순위에 따라 다섯 단계로 나눠 대응합니다. 코드 2부터는 비교적 긴급하지 않은 신고, 코드 1 이상은 긴급한 신고입니다.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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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경찰이 받은 성폭행 신고는 코드 제로, 가능한 모든 인력을 총동원해야 하는 최우선 처리 사건이었습니다. 통상 지구대, 경찰서 강력팀, 여성청소년수사팀이 모두 나간다고 합니다. 그런데 SBS가 입수한 경찰 내부 진상보고서에 따르면, 버닝썬에 출동한 건 역삼지구대 경찰 단 두 명이었습니다.

● 문 앞까지 가 놓고…보안 요원 말에 철수

도착해서 대응은 어땠을까요? 경찰 2명은 버닝썬 클럽 입구에서 철수합니다. 보고서에는 이렇게 적혀있습니다.

[출동 경찰관 2명은 △ 보안 요원의 진술 (VIP룸에는 손님이 없다) △신고자에게 수차례 전화 연락을 했으나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클럽 내부에 들어가지 않고 현장종결]

즉, 보안 요원 말만 믿고 기본적인 확인조차 하지 않고 철수한 겁니다. 경찰 스스로 가장 중대한 신고로 분류했지만, 신고자 말보단 클럽 측에 더 귀 기울인 듯합니다.

SBS는 이후 경찰이 이 사건 처리 결과를 어떻게 남겼는지, 사건처리표를 확인해봤습니다.

[VIP룸이 1개 있어 확인한 바, 이미 손님들이 모두 귀가한 상태였고…불발견 마감함]

경찰에서 말하는 '사건 확인'에 '현장 확인'은 빠져있나 봅니다.

● "추가로 두 명 출동했다"…궁색한 변명

SBS는 관할 강남 경찰서에 해명을 요구했습니다. 지구대에서 두 명 더 뒤늦게 출동했다고 설명하면서, '출동' 자체를 강조합니다.

[경찰관계자 : 처음에 2명이 나가 있었고, 나중에 2명이 추가로 갔었던 거고요. (…) 112 (출동 지령이) 떨어졌는데 출동 안 했다는 게 말이 됩니까? 상식선에서 한 번 얘기해봅시다.]

전문가들은 그건 '무의미한 출동'이라고 비판합니다.

[오윤성/순천향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 코드 제로를 떠나서, 사실 일반적으로 신고를 받고 간다 하더라도 반드시 그 사항에 대해서 본인들이 확인을 하고 별다른 문제가 없을 때 철수를 해야 하는데 클럽 종업원들의 말만 믿고 그대로 돌아왔다고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죠.]

● '버닝썬-경찰 유착' 철저히 파헤쳐야

어쩌면 이런 사건들이 모이고 또 모여, 버닝썬과 경찰 유착을 만들어냈는지 모르겠습니다. 문제의 단체 대화방 멤버들이 "단속 나오면 돈 좀 찔러주면 되지"라며 공권력을 비웃을 수 있었던 계기가 될 수 있었던 건 아닐까요? 현재까지 유착 관련 입건된 경찰은 5명. 민갑룡 경찰청장은 어제 기자간담회에서 "더 있을 수도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150명 넘는 인력을 동원한 이번 수사, 용두사미라는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공권력과의 유착' 이 부분을 경찰이 제대로 밝혀내야 합니다.
이세영 기자(230@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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