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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버닝썬 사태

술·춤·노래 다 하는데…‘버닝썬’이 세금 싼 일반음식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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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위생법상 유흥주점 등록 땐

개소세·교육세 물고 재산세 중과

세금·규제 피하려 꼼수 부린 듯

최근까지 성업한 서울 강남의 대형 클럽 ‘버닝썬’은 술 마시고, 안주(음식)를 먹고, 춤도 추는 곳이었다. 식품위생법상 ‘유흥주점’에 해당한다. 그런데 ‘일반음식점’으로 등록해 운영해왔다. 국세청이 클럽 운영 전반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에 나선 가운데, 버닝썬이 이처럼 ‘탈세 통로’로 악용한 과세 체계가 주목받고 있다.

먼저 유흥주점·일반음식점의 정의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 차이는 노래와 춤, 즉 ‘유흥’이 있느냐다. 업장에서 음식과 술을 판매하면 일반음식점이다. 여기에 노래·춤까지 즐길 수 있다면 유흥주점으로 분류된다. 호프집·이자카야뿐 아니라 맥주 한잔할 수 있는 패스트푸드점도 일반음식점이다. 반면 유흥주점은 폭이 넓다. 춤출 수 있도록 무대를 설치한 클럽·나이트클럽이나 바, 접대원이 나오는 단란주점·가라오케는 물론 룸살롱까지 여기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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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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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썬을 일반음식점으로 등록한 건 오류가 아닌 ‘꼼수’로 볼 수 있다. 사업자들은 탈세(脫稅) 유혹 때문에 유흥주점을 일반음식점으로 등록하는 경우가 많다. 유흥주점으로 분류되면 일반음식점에서 부담하지 않는 개별소비세(매출의 10%)를 부담해야 한다. 개소세는 사치성 소비에 부과한 옛 특별소비세다. 여기에 개소세액의 3%를 교육세로 낸다.

유흥주점엔 취득세·재산세도 중과(重課)한다. 일반음식점은 취득세가 2~4% 수준이지만 유흥주점은 12%를 물린다. 재산세도 유흥주점은 4%로 일반음식점(0.25%)의 16배다. 논현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재산세는 건물주에게 부과하지만, 임차 계약서를 쓸 때 임차인이 재산세를 일부 부담하는 내용을 넣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일반음식점은 ‘신고’제고, 유흥주점은 ‘허가’제다. 관청 허가를 받아야 하는 ‘허가’는 ‘신고’보다 여러모로 까다롭다. 예를 들어 유흥주점은 도시계획법상 ‘상업지역’에만 문을 열 수 있다. 사업자금 출처를 소명해야 하는 ‘진입 장벽’도 있다. 일반음식점은 숫자가 많아 상대적으로 숫자가 적은 유흥주점보다 세무당국 감시도 덜 받는다. 마포구청 관계자는 “정기적으로 단속을 나가지만 현장에서 행위가 이뤄져야만 잡을 수 있어 적발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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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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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석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식사’를 주목적으로 반주를 곁들이는 것과 술과 유흥이 주목적인 업태는 확연하게 구분된다”며 “실질과 형식이 다른 업태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과태료를 부과해서라도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세제 대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일반음식점으로 등록한 ‘유사 클럽’과 유흥주점으로 신고한 클럽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무대 설치 여부와 상관없이 두 곳 모두 남녀가 섞여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른다. 일반 클럽에서도 무대가 아닌 테이블, 이동 통로에서 춤을 추는 경우가 많다. 술 마시다 흥에 겨워 가볍게 춤을 추는 경우도 있어 무 자르듯 경계를 가르기 어렵다.

최근엔 일반음식점·유흥주점으로 단순 분류하기 어려운 ‘회색 지대’까지 등장하면서 세법 적용이 더 어려워졌다. ‘밤과 음악 사이’ 같은 감성 주점(객석에서 춤을 추는 행위가 허용된 일반음식점)이 대표적이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세법은 경제 현상을 선점하는 게 아니라 반 발짝 뒤따라가는 제도인데 한두 발짝 뒤처졌다”며 “업태 분류를 좀 더 세분화해 바뀐 현실을 따라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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