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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6 (목)

이슈 강제징용 피해자와 소송

징용 배상·레이더·교과서…한·일 관계 악화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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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용 배상·레이더 공방 등 갈등 반복 / “단발성 항의 넘어 원칙 갖고 대응해야”

세계일보

26일 ‘독도는 일본 고유의 땅’이라는 일본 초등 교과서 검정결과가 공개되면서 교착상태에 빠진 한·일 관계가 더욱 나빠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한·일 관계가 경색된 와중에 일본 정부가 영토와 역사적 사실 왜곡을 사실상 조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지난 2008년 중학교 학습지도요령 해설서를 개정하며 한·일 간 독도에 대한 ‘주장’의 차이와 관련해 이해를 심화할 필요가 있다고 명시했다. 이후 약 10년간 일본의 교실 내 ‘영토 도발’과 관련된 논란은 교과서 검정 결과가 나올 때마다 ‘주기적 행사’처럼 반복돼 왔다. 이번 검정 결과 발표는 한·일 관계가 징용배상 판결, ‘레이더 공방’ 등으로 최악의 상태로 치닫고 있는 시점에 나왔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세계일보

26일 일본 문부과학성의 검정을 통과한 초등학교 교과서에 독도가 일본의 '고유 영토'이고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억지 주장이 들어가 있다.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의 해당 내용 공개에 강력하게 항의했다. 외교부와 교육부 등이 대변인 성명을 냈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일본 정부의 잘못을 날카롭게 지적한 뒤, “일본은 역사의 교훈을 직시하는 가운데 미래세대의 교육에 있어 책임 있는 행동을 보여 주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상신 교육부 대변인은 “미래 세대에 부끄러운 역사의 굴레를 씌우지 않도록 독도 영토 주권을 침해한 ‘교과서’를 즉각 수정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태호 외교부 1차관은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를 외교부로 불러 항의하는 등 외교적으로 가장 높은 수위의 항의 표시를 했다.

우리 정부의 강력한 비판에도 당장은 뚜렷한 해결 방법이 없는 게 현실이다. 반복되는 일본의 독도 도발 문제와 관련해선 외교당국 내에서도 상황 관리가 최선이라는 인식이 우선시되고 있다.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이와 관련한 소가 제기됐을 경우 일본이 독도분쟁을 처음 야기한 1953년으로 대략 추산되는 ‘크리티컬 데이트’ 이후의 당사국 활동은 재판부 판단에 고려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문재인정부 들어 한·일 관계에서 ‘투트랙 외교’를 기조로 ‘할 말은 한다’는 인식이 생겼지만, 징용 배상 판결이나 위안부 할머니 문제 등 직접적으로 우리 국민이 피해자인 경우와 달리 영토 문제에 대해선 뚜렷한 원칙이 세워지지 않았다. 외교부 관계자는 ‘그동안 (영토 문제와 관련) 어떤 해결 노력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한·일 간에 수시로 제반 사항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입장을 전달하고 있다고만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

세계일보

그럼에도 우리 정부가 수십년간 이어져온 일본과의 영토 갈등에서 ‘단발성 항의’를 넘어 뚜렷한 원칙을 세우는 노력과 함께 만반의 준비 태세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은 나오고 있다. 그간 일본은 우리 기업이나 국민과 관련된 가시적인 피해 유발 행위는 하지 않았지만, 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해 ‘외교적 협의’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다음 단계로 제3국을 포함한 중재위를 회부하거나 보복조치에 착수하겠다고 밝혀 새 국면을 예고하고 있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이날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영토 문제는 일종의 제로섬 게임”이라며 “일본의 독도 국제분쟁화 시도에 휘말리지 않도록 (원칙을 갖고) 행동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홍주형·이동수 기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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