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4 (일)

이슈 버닝썬 사태

[버닝썬 중간점검]경찰 152명 54일 뒤졌지만 '경찰 유착 의혹'은 게걸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서울 강남클럽 '버닝썬' 입구 모습. [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강남 클럽 ‘버닝썬’을 둘러싼 의혹을 둘러싼 수사가 24일로 54일째를 맞았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를 비롯해 경찰 152명이 투입됐지만 애초 제기된 '경찰 유착' 의혹 부분은 게걸음이고, 가수 정준영(30·구속)의 동영상 유포 부문만 속도를 내고 있다. 이 때문에 경찰이 자체 비리 수사에는 소극적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경찰 유착 수사는 답보 상태
버닝썬 관련 의혹 중 광수대가 역점을 두고 수사 중인 ‘경찰 유착 의혹’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중앙일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➀‘미성년자 출입 사건’ 수사 무마 의혹

광수대는 그동안 버닝썬 측이 전직 경찰관 강모(44)씨를 통해 미성년자 출입사건을 무마하려 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해왔다. 버닝썬 공동대표 이모(46)씨가 강모씨를 통해 당시 강남경찰서 경찰관들에게 2000만원을 주고 수사를 무마하려고 했다는 의혹이 핵심이다. 이 대표가 사건 무마를 위해 개인 돈 2000만원을 강씨에게 건넨 것을 인정한 가운데, 강씨는 혐의를 계속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법원은 강씨의 알선수재 혐의에 대해 “범죄혐의 소명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은 추가 조사 후 22일 강씨를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버닝썬 사태와 관련해 경찰 유착 의혹 인물이 검찰에 넘겨지는 것은 강씨가 처음이다. 이와 관련해 해당 사건을 수사했던 강남경찰서 소속 현직 경찰 1명도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된 상태다.

➁‘경찰총장’ 윤모 총경의 유착 의혹

광수대는 지난 21일 오후 윤 총경을 비공개 소환 조사했다. 윤 총경은 여전히 관련 혐의 모두 부인 중이라고 한다. 윤 총경은 2016년 가수 승리(29·본명 이승현)와 유리홀딩스 유인석 대표가 운영하던 몽키뮤지엄이 불법 영업으로 신고됐을 때 뒤를 봐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유리홀딩스는 버닝썬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회사다. 실제 윤 총경은 2017년과 2018년 유 대표·가수 최종훈과 함께 골프를 치고 승리와도 강남 모처에서 4차례 식사를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윤 총경이 최근 조사에서도 "청탁은 없었다"며 의혹을 완강히 부인 중인 가운데, 광수대는 주변인 수사와 계좌ㆍ통신 자료 등을 통해 혐의를 수사 중이지만 돈이 오간 정황은 포착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수대는 24일까지 윤 총경 등 5명의 현직 경찰을 입건했지만 아직 구속영장을 신청한 사람은 없다.

승리 성매매 알선 의혹은 물증 확보 어려워
중앙일보

가수 승리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승리는 2015년 12월 해외 투자자를 접대하기 위해 술자리를 마련하고 성관계를 할 수 있는 여성들을 불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기존에 알려진 '잘 OO 애들'을 언급한 카카오톡 대화 외에 2015년 12월 24일 일본 투자자들에게 성접대를 했다는 의혹이 담긴 새로운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 등장했다. 경찰은 이에 대해 “의미 있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으나 성매매 알선까지 입증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성매매 알선의 경우 실제 성접대를 제공했는지ㆍ대가가 오갔는지를 증명할 물증과 진술을 확보해야 한다. ‘금품이나 그 밖의 재산상의 이익을 수수하거나 이를 약속했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하면 처벌할 수 없다는 게 법조계의 설명이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경찰은 이 자리에 참석한 여성들을 불러 조사 중이다. 그러나 이들이 “나는 성매매 여성이 아니다”라고 진술하는 등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이에 대한 입증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버닝썬 탈세 의혹의 핵심 인물은 해외 출국
경찰은 지난달 14일 버닝썬을 압수수색해 1년 치 회계 장부를 확보했다. 현재 버닝썬은 현금이 아닌 카드로 술값을 받거나 직원들이 개인 통장으로 술값을 받은 다음 이를 다시 법인 계좌로 입금하는 방식의 세금 탈루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의혹이 제기된 지 한달이 넘은 현재까지 이와 관련된 혐의로 입건된 피의자는 아무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버닝썬 장부 작성과 관리 등 경리업무를 총괄한 여성 A씨가 돌연 해외로 출국해 잠적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A씨가 버닝썬 운영 실태를 가장 잘 아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경찰이 관련 혐의를 입증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버닝썬의 마약 유통 의혹은 관련자 영장 기각
현재 버닝썬 내에서 마약을 투약하거나 유통한 혐의로 경찰 조사 대상에 오른 14명 중 3명이 구속됐다. 그러나 현재 이를 밝힐 핵심 인물로 꼽히는 이문호(29) 버닝썬 공동대표와 클럽 MD '애나'는 마약 반응 양성 나왔다. 하지만 이문호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고 애나는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은 상태다. 이 때문에 '마약 유통에 관여했다는 입증이 부족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현재 경찰은 이 대표가 클럽 내에서 지인들을 상대로 마약을 나눠줬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 중이다. 이 대표는 자신의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정준영 성관계 동영상 촬영·유포 수사만 속도
중앙일보

[정준영 '구속 갈림길]상습적으로 성관계 불법 영상 촬영 및 유포 혐의를 받는 가수 정준영이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성관계 동영상을 몰래 촬영하고 유포한 혐의를 받는 정준영은 경찰 조사에서 대체로 자신의 혐의를 인정했다고 한다. 이에 지난 21일 "범죄 사실 중 상당 부분이 소명됐고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정준영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경찰은 현재 문제가 되는 카카오톡 대화 자료가 정준영 핸드폰에서 나온 만큼 정준영의 혐의 입증에는 자신이 있는 분위기다. 정준영이 제출한 휴대전화 3대 중 1대를 초기화한 건 맞지만, ‘황금폰’도 확보했고 최근까지 사용한 휴대전화를 확보했기 때문에 크게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버닝썬 내 촬영 불법 동영상 유포 수사도 난항
중앙일보

서울 강남 클럽 '버닝썬' VIP룸 안 화장실 모습. [버닝썬 관계자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유포된 일명 '버닝썬 VIP룸 화장실 영상'을 촬영하고 유포한 혐의로 버닝썬 직원 A씨가 구속됐다. 그런데 또 다른 직원인 B씨가 여성을 성폭행하고 A씨가 이를 촬영했다는 의혹 추가로 제기됐다. 경찰은 A씨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당시 B씨를 참고인 조사 차 불렀음에도 B씨와 관련된 혐의를 확인하지 못한 바 있다. 경찰은 현재 B씨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하고 있지만 해당 영상은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