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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트럼프에 선물보따리 푼 보우소나루…"밀수입 관세 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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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열대의 트럼프'라는 별명이 붙은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해 '진짜' 트럼프와 정상회담을 했다. 브라질 우파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한 것은 30년 만에 처음이다.

19일(현지시간)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면담한 다음 미국이 브라질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을 지지함과 동시에 주요 비(非)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으로 브라질을 검토할 것이라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두 대통령이 '우파 포퓰리스트' 정치인으로 세간의 관심을 끌었던 만큼 이번 회동도 눈길을 모았다. 이날 백악관 공동 기자회견을 연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브라질과 역사상 가장 좋은 관계"라면서 "브라질을 미국의 주요 비NATO 동맹국으로 지정할 수도 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이어 "브라질이 OECD에 가입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대신 브라질은 미국에 한발 양보를 했다. 백악관이 공개한 두 정상 간 공동선언문에 따르면 미국은 세계무역기구(WTO)에 브라질의 개발도상국 우대 지위를 포기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그간 미국은 한국, 중국, 브라질 등이 WTO에서 개발도상국 지위를 통해 우대 혜택을 누리는 것에 대해 불만을 품어왔다.

한편 이에 대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미국과 기술안전보장조치 협정을 맺었다"고 밝혔다. 협정은 미국이 브라질 북동부 아우칸타라 지역 우주센터(CLA)에서 로켓 발사와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운용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기업이 브라질에서 로켓을 발사할 수 있게 한 협상"이라며 "간단히 말해 비행 시간이 훨씬 짧아질 것이다. 브라질은 이상적인 발사 위치에 있다. 적도와 가까워 엄청난 비용이 절약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정상은 '두 대통령 사태'를 맞은 베네수엘라 정국 혼란을 두고 후안 과이도 베네수엘라 야권 국회의장에 힘을 실으면서 인도주의적 지원 등 다방면에서 힘을 합치겠다는 방침도 재확인했다. 이 밖에 백악관에 따르면 미국은 브라질 아마존 생물 다양성 영향 투자기금 명목으로 1억달러(약1130억원) 규모 공동 자금을 조성하기로 했다. 상호인정협정(MRA)을 활성화해 양국 간 수입업자에 대해 각종 기준과 검사 요건 등을 요구하는 상대국 거래 문턱을 낮추는 '신뢰할 수 있는 거래자' 제도 도입도 검토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무역'에 관심이 많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브라질은 미국산 밀 75만t에 한해 수입 관세율을 0%로 낮추기로 했다. 브라질은 남미공동시장(Mercosur) 회원국이 아닌 국가의 밀에 대해서는 관세율 10%를 매겨왔다. 브라질은 미국인 입국비자도 면제하기로 했다.

두 정상은 양국 간 에너지 협력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최근 벤투 아우부케르키 브라질 광업에너지부 장관은 "우라늄 광산 개발에 대해 외국으로 투자를 개방하기 위한 법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면서 "미국과 브라질이 원자력발전소를 공동으로 짓는 방안도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날 본격 회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에게 등번호 19번 위에 '보우소나루'라고 적힌 미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흰색 유니폼을 선물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도 브라질 유명 축구선수 펠레의 등번호(10번)에 '트럼프'라고 적힌 브라질 축구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답례로 선물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대통령 재임에 있어 이상적 모델"이라고 치켜세웠다. 공동 기자회견에서 '사회주의 노선을 강조하는 민주당이 약진을 보이는 상황에서 2020년 대선 이후 미국과의 관계가 어떻게 될 것 같으냐'는 기자 질문에 그가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될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고 응수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미소를 짓기도 했다.

다만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한창이라는 점은 미국과 브라질 간 관계 진전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브라질 입장에서 교역 1위인 중국과 2위인 미국은 남미 경제대국 브라질을 제 편으로 끌어들이려고 눈치작전을 펴고 있다.

이 때문에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미국으로 출발한 18일 중국 재경망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브라질을 친미 국가로 이끌면서 중국과 브라질 관계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브라질에 대한 중국의 투자에 상당한 제한이 가해질 수 있다"는 위협적 경고를 했다. 중국은 2009년부터 미국, 유럽연합(EU), 아랍권을 제치고 브라질의 1위 교역국으로 떠올랐으며 중국과의 무역에서 브라질은 흑자(지난해 무역흑자 275억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브라질에 대한 중국의 투자는 540억달러에 달한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친미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중국과의 관계를 신경 쓸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는 이르면 올해 2분기에 중국을 방문할 계획이다.

외교·안보 차원에서 트럼프 정부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인 '베네수엘라 두 대통령 사태' 대응에서도 두 정상 간 미묘한 입장 차가 있다. 19일 공동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발언하는 7분 동안 베네수엘라 이슈를 공동 사안으로 가장 먼저 언급하면서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을 규탄하고 대응할 것이라는 데 1분30초에 이르는 시간을 할애했다.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 개입 가능성에 대해서도 "모든 옵션이 가능하다"면서 제재 강화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반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베네수엘라가 비민주적 상황이고 인도주의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같이하면서도 발언에는 20초 정도만 할애했고, 군사 개입 가능성에 대해서도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봐서 거론할 만한 이슈다. 전략적 차원에서 거론되는 안 중 하나"라고 선을 그었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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