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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트럼프, 주한미군 예산 빼내 국경장벽 건설 길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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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타곤, 삭감 대상 목록 의회 제출

연합사 전시지휘시설 ‘탱고’ 포함

주한미군 감축 이어질까 우려

미국 국방부가 미국·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에 쓸 돈을 충당하기 위해 절감할 수 있는 예산으로 주한미군의 전시지휘 시설인 탱고(TANGO)를 포함시켰다. 펜타곤은 18일(현지시간) 탱고 등이 담긴 20여 쪽 분량의 대상 목록을 의회에 제출했다. 탱고는 한반도에서 전면전이 벌어졌을 때 전쟁 지휘를 위한 지하 벙커 시설이다. 미국 국방부가 이곳의 예산을 줄일 수 있다고 의회에 보고한 건 향후 주한미군 감축·철수 검토 가능성까지 감안한 조치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로이터와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이날 의회에 국경장벽 건설을 위해 전용할 수 있는 국방예산으로 미국과 전 세계에 걸쳐 129억 달러(약 14조 5860억원)에 달하는 수백개의 국방부 사업들을 제시했다. 미국 내 사업으로는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캠프 레준의 수질개선 사업과 체리포인트 항공 시설 보완 강화 사업, 조지아주 포트 베닝의 관제탑 보강 사업, 캘리포니아주 트래비스 공군기지 격납고 정비 사업 및 뉴욕 미 사관학교의 묘지 조성 사업 등이 대상이다.

미 국방부는 예산 삭감 대상에 군산 미 공군기지의 드론(무인항공기) 격납고 건설사업을 포함했다. 실제로 해당 예산이 줄어들 경우 주한미군의 정보 및 공중 공격 전력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삭감 대상에는 유사시 한미연합사의 지휘통제시설인 CP 탱고(Theater Air Naval Ground Operations)도 들어 있다. 군 관계자는 “CP 탱고는 전쟁이 발생했을 경우 한미연합사 지휘부가 머물면서 전쟁을 지휘하는 벙커로 전장의 두뇌에 해당한다”며 “최근 북한이 신형 미사일을 실전에 배치하는 등 전력을 강화하고 있는 시점이어서 오히려 예산을 늘려 시설 보호 능력을 갖추고 업데이트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 국방부가 이날 의회에 제출한 목록은 의회가 검토한 뒤 예산 삭감 대상을 최종 확정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대표 공약인 멕시코 국경장벽에 의회 승인 없이 예산을 투입하기 위해 지난달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후 이에 반대하는 의회 결의안이 통과되자 15일 거부권을 행사했다. 국방예산을 줄여 국경장벽을 건설하는 우회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로이터통신은 “제출된 목록을 검토해 군용 숙소와 막사 및 이미 자금을 지원받은 사업들이 영향을 받지 않을지 선별하는 건 의회의 몫”이라고 보도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한반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한반도 방위태세 관련 예산을 정치적 어젠다인 국경장벽 건설에 전용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듯하다”며 “최근 비핵화 협상에서 진전이 없는데 전시 지휘시설을 줄이겠다는 발상이니 너무나 안일한 인식이라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황수연·이근평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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