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가지 사건은 폭력과 부패로 얼룩진 한국 사회의 부끄러운 맨얼굴을 드러내고 있다. 특권층이 사회·경제적 약자들을 모욕·억압·착취하고, 공권력은 정의를 실현하는 대신 불의와 한 몸이 돼 사익을 취했다. 온 나라가 의심하는 가해 혐의자는 멀쩡히 고개 들고 다니는데, 피해자와 목격자들은 숨어 살거나 불안에 떨어야 했다. 시민이 충격과 분노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은 사건을 구성하는 선정적 요소들 때문만이 아니다. 이들 사건이 예외적 사례가 아니라 ‘구조’에서 기인했음을 본능적으로 느껴서다. 돈과 권력, 명성이 법보다 강한 위력을 발휘하는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나와 내 가족도 언제든 피해자가 될 수 있음을 알아채서다. 세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책임있는 이들을 엄중히 단죄하는 일은 단순한 형사사법의 과정이 아니다. 한국 사회라는 공동체가 과거와 결별하고, 윤리적으로 새롭게 출발할 수 있을지 가늠하는 시금석이다.
이제 검찰과 경찰은 심판대에 올랐다. 의혹의 전말을 명쾌하게 밝혀내지 못하면 수사기관으로서 존립 근거를 상실하게 될 수도 있다. 더욱이 국회에서 검경 수사권을 조정하는 작업을 진행 중인 터다. 검경은 먼저 부실수사와 유착 의혹 등 자신들의 치부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야 한다. 곪은 곳은 단호히 도려내야 한다. 제 식구라고 감싸려 하거나 조직 보호 운운하며 좌고우면했다가는 주권자의 호된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수사 대상과 범위에도 성역이 없어야 한다. 유력 정치인이 됐든, 언론사주가 됐든 주저하지 말고 의혹의 핵심부를 향해 직진해야 한다. 이번에도 피라미드 꼭대기를 차지한 이들은 법망을 빠져나가고, 피라미드 밑바닥만 건드리는 식으로 끝나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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