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연속 최저임금 10%이상 ↑
中企·소상공인 지불능력 악화
19일 중기중앙회 '최저임금, 이대로는 안된다' 토론회
3월 국회서 '최저임금 구분적용' 법제화 호소
[아시아경제 이은결 기자] #경기도 성남시에서 회 배달 업체를 운영하는 홍기옥(60)씨는 최저임금 인상의 직격탄을 맞았다. 2월에는 아르바이트생보다 적은 수입을 손에 쥐었다. 지난달 매출은 1000만원이었지만 아르바이트생 월급으로만 20%를 썼다. 그 외에 재료비, 임대료, 배달료 등을 제하고 나면 홍 씨에게 남는 돈은 50만원이었다. 홍 씨는 이번달부터 평일에 쓰던 아르바이트생 1명을 주말에만 쓰기로 했다.
#최저임금 인상 부담으로 인력을 줄이는 소상공인들이 늘어나면서 자동주문기를 지원해주는 지방자치단체도 있다. 지난해 근로자 1인당 월 임금 상승률이 전국 최고 수준이었던 부산시는 최근 영세 소상공인들의 경영효율화를 위해 선착순 50개 업체에 최대 100만원의 자동주문기 구매·대여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부산에는 연 매출 3억원 이하의 영세 소상공인이 90%에 달한다.
2년 연속 최저임금이 10% 이상 올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지불능력이 악화되고 있다.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은 업종, 규모에 따라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19일 중소기업중앙회가 개최한 '최저임금, 이대로는 안된다' 토론회에서 주제 발표를 맡은 김강식 항공대학교 교수는 "소상공인이 해외 주요국 대비 매우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우리나라 경제구조 특성과 실제 임금수준·미만율의 차이가 큰 점 등을 고려해 구분적용을 도입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가 제시한 소상공인 실태자료에 따르면 소상공인 사업체의 평균 운영비용 중 인건비는 51.5%로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최저임금이 16.4% 오른 지난해 소상공인들의 매출은 전년 대비 57.1%로 반토막 났다. 현재 1인 이상 모든 산업의 소상공인 4명 중 1명이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은 특히 소상공인이 주로 분포한 음식·숙박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지난해 4인 이하 소상공인 음식·숙박업체의 인건비 부담은 5.4%포인트로 조사업종 중 가장 높게 증가했다. 2017년 고용노동부의 사업체노동력조사에 의하면 음식·숙박업의 1인당 영업이익·부가가치는 전산업의 절반 수준에 불과해 실제 이들 업종의 최저임금 상승 여파는 더 컸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전기·가스·증기·수도사업은 1인당 영업이익·부가가치가 높아 음식·숙박업과 임금격차가 3배에 달하는 등 비교적 타격이 덜했다. 개별 업종의 경영환경이 상이하다보니 소상공인 10명 중 7명은 업종별 구분적용을 원한다. 지난해 소상공인연합회의 조사에 따르면 소상공인 70.8%가 업종별 구분적용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이날 토론자들은 3월 국회에서 최저임금 구분적용을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 교수는 "최저임금은 시행 첫 해 저임금·고임금그룹을 구분해 결정됐지만 현재는 구분적용이 불가하다"며 "지난 2년간 29.1% 수준의 인상으로 최저임금법 취지 자체가 훼손될 수 있다. 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고광석 소상공인연합회 편집홍보부장은 "저임금 근로자의 최저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이 오히려 그들을 실업자 신세로 내몰고 있다"며 "최저임금을 정할 때 사업자의 지불능력을 고려해 차등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생산성과 지불능력의 차이를 인정하고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서 합리적으로 임금을 결정할 수 있는 입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19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최저임금, 이대로는 안 된다'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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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결 기자 le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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