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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트럼프 '침묵모드'…톱다운 협상 동력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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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타 내보내다 결정적 상황 등판 준비

아시아경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 성패트릭데이를 맞아 예배를 본 교회를 떠나며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고 있다.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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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백종민 선임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다시 '침묵 모드'에 들어갔다. 북한이 2차 북ㆍ미 정상회담 합의 불발의 장본인으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을 지목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도 대타를 통해서만 대북 메시지를 내놓았다.


그가 전면이 아닌 후선을 택한 이유는 북에 대한 반응을 자제하며 톱다운식 협상의 가능성을 깨지 않으려는 의도가 분명해 보인다. 문제 발생의 책임을 실무자들에게 떠넘기고 결정적인 상황에서는 자신이 등판할 것임을 예고한 대목이다. 지난 15일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핵ㆍ미사일 실험 재개 가능성까지 포함한 '협상 중단 검토'를 선언한 이후 대응 발언에 나선 이들은 정상회담에 참석했던 세 명이다.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은 17일(현지시간) 폭스뉴스에 출연, 북한의 실험 재개는 '신뢰를 저버리는 처사'라고 언급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매우 실망할 것이라면서도 상대적으로 대화 재개 쪽에 방점을 뒀다. 멀베이니 실장 대행은 "대화는 계속된다"는 원칙하에 "베트남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는 사실이 (북ㆍ미 정상의) 관계가 위태로워졌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고 언급했다.


멀베이니 실장 대행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래의 어느 시점에 마주 앉을 수 있다고 언급하며 3차 북ㆍ미 정상회담 가능성도 열어놨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매우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고 언급한 장면도 '톱다운' 방식을 통한 대화가 여전히 유효한 솔루션임을 인정했다. 이는 최 부상이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좋은 관계에 있다고 발언한 데 대한 화답으로 읽힌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모두 타인의 입을 빌려 본인의 생각을 상대방에게 전하고 있다.


앞서 볼턴 보좌관도 경고와 함께 협상의 판을 깨지 않겠다는 의도를 보였다. 볼턴 보좌관은 최 부상이 핵ㆍ미사일 실험 모라토리엄(유예)을 계속 유지할지 조만간 결정하겠다고 한 데 대해 "도움이 안 되는 발언으로,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이 위협을 협상을 통해 해결하기를 원한다"고 말하며 북한이 다시 협상의 장으로 나올 것을 요구했다. 물론 볼턴 보좌관의 요구는 자신이 전달한 빅 딜 문서에 대한 답신을 가져오라는 의미일 수 있다. 볼턴 보좌관은 오히려 화살을 중국으로 돌렸다. 중국을 향해 엄격한 제재 이행을 주문하는 등 강경 발언을 하며 혹시나 모르는 제재 이탈 가능성을 차단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에서 복귀한 이후 북한의 동창리 미사일 실험장 이상 조짐이 언급되자 "매우 실망할 것"이라는 말을 반복하면서도 더 이상의 언급은 하지 않았다. 이는 판을 깨는 극단적 시나리오는 막고 협상 테이블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치열한 수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만약 김 위원장의 별도 성명이 나올 경우 그때야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이 나올 것으로 추정된다.


한 외교 소식통은 "외부에서 보이는 것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정상회담에 가기 전부터 비핵화 협상이 녹록지 않다는 것과 외부의 우려가 크다는 걸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협상 전술을 파악하고 경계하고 있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그만큼 추후에도 신중한 대응을 할 가능성이 있다.



백종민 선임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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