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정완 금융팀장 |
그룹 빅뱅의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의 스캔들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얘기가 끊이지 않는다. 승리에게 잘못한 점이 있다면 앞으로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엄중한 추궁과 처벌을 받아야 할 것이다. 문제는 그 와중에 애꿎은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승리를 믿고 라면집을 시작한 가맹점주와 주식을 산 소액주주들이다.
승리가 속했던 YG엔터테인먼트의 주가는 지난 15일 증시에서 3만5700원에 마감했다. 올해 들어 주가가 가장 높았던 지난 1월 4일(4만8900원)과 비교하면 27% 떨어졌다. 발행 주식 수에 주가를 곱한 시가총액으로는 8892억원에서 6492억원으로 줄었다. 누군가의 증권 계좌에서 주식가치 2400억원이 허공에 날아갔다는 의미다. 이중 소액주주들(2017년 말 기준 지분율 48.8%)의 손해는 1170억원에 이른다.
증권 투자를 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전혀 남의 얘기가 아니다. 국민의 노후 자산인 국민연금이 투자한 금액도 상당해서다. 국민연금은 YG엔터테인먼트의 주식 118만5000주(지분율 6.06%)를 갖고 있다. 지난 15일 기준으로 423억원어치다. 지난 1월 4일부터 계산한 국민연금의 평가손실은 145억원에 이른다.
승리 라면집의 가맹점주들은 빈 식탁과 의자를 보며 하루하루 피가 마르는 심정일 것이다. 비싼 인테리어 비용과 가맹비, 중심 상권의 임대료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전 재산을 투자한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 개정된 가맹사업법에는 본사나 임원의 잘못으로 가맹 사업의 명성이나 신용이 훼손되면 가맹점주의 손해를 물어줘야 한다는 조항이 들어갔다. 하지만 이 조항은 올해부터 새로 계약을 맺거나 갱신하는 경우에만 적용된다.
가맹 본사(아오리에프앤비)의 법인 등기부를 보면 승리는 지난 1월 등기이사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떠나간 손님은 돌아오지 않고 있다. 언제쯤 돌아올 것인지 기약도 없다. 한 유명 연예인의 일탈은 수많은 사람에게 여전히 진행 중인 깊은 상처를 남기고 있다.
주정완 금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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