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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영국 의회에 이틀 연속 무릎을 꿇은 테리사 메이 총리가 결국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합의안'을 건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집권 보수당은 물론, 내각 장관들조차 정부안에 반발하는 등 전례없는 분열이 이어지자, EU 탈퇴시점을 장기간 늦출 수 있다고 밝힌 것이다. 그간 브렉시트 번복·연기 가능성을 꺼려해 온 보수당 강경 브렉시트파들에게 '정부 합의안을 지지하라'는 최후통첩을 보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메이 총리는 14일(현지시간) 하원에서 진행되는 브렉시트 연기 여부 표결에서 합의안이 오는 20일까지 통과되면 리스본 조약 50조에 따른 탈퇴시점을 6월30일까지 늦추는 내용의 결의안을 상정할 예정이다. 이 결의안에는 합의안이 데드라인을 넘어설 경우 연기기간이 더 길어지면서 영국이 오는 5월 열리는 유럽의회 선거에 참여해야 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그동안 브렉시트 연기에 부정적 입장을 밝혀왔던 메이 총리는 "의회가 직면한 근본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 이제 '짧고 기술적인 연장'이냐, '장기화'되느냐"라며 "(장기화 되는 것은) 올바른 결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이는 오는 20일 3차 승인투표를 추진하기에 앞서 브렉시트가 장기간 연기될 수 있음을 경고함으로써 강경 브렉시트파들의 마음을 돌려세우기 위한 시도로 해석되고 있다.
가디언은 "메이 총리가 자신의 합의안을 철회하거나 오랜 기간 브렉시트를 연기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주사위 게임에서 마지막 발악을 시도할 것"이라며 "집권 보수당에게 '내게 돌아오거나 브렉시트를 포기하라'고 경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역시 이를 '계산된 도박(a calculated gamble)', '최후통첩(a final ultimatum)'으로 평가했다. 이 매체는 "브렉시트 연기가 불가피하게 된 현 상황에 대해 보수당 강경브렉시트파들이 메이 총리의 합의안을 지지해야한다는 압박을 느끼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보수당의 시몬 클라크 의원은 "사실상 브렉시트 협상이 나쁘게 되거나 번복될 상황(노 브렉시트)이니 정말 끔찍하다"고 말했다.
메이 총리가 이 같은 최후 통첩을 날릴 수 있었던 배경은 지난 12일 149표차로 부결된 2차 승인투표 결과와 무관하지 않다. 당시 반대표 391표 중 보수당의 표는 75표다. 역대 최대 표차로 부결된 1차 승인투표(보수당 반대표 118표)와 달리, 보수당 강경브렉시트파가 찬성으로 돌아선다면 3차 승인투표에서 합의안 통과가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합의안 통과 시 EU는 오는 21~22일로 예정된 EU정상회의에서 개정합의안을 논의하고 지지를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 이 자리에서 EU 27개 회원국이 만장일치로 영국 정부의 브렉시트 연기 요청에 동의하면 오는 29일로 예정된 탈퇴 시점도 공식적으로 미룰 수 있게 된다. 브렉시트 시점을 늦춘 후 향후 시나리오로는 조기총선 이후 재협상, 제2 국민투표, 재협상 등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정치권의 분열이 심화하고 있어 해법을 찾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지 언론들은 보수당은 물론, 내각 내에서도 전례없는 분열이 이어지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메이 내각의 앰버 러드 내무부 장관, 데이비드 고크 법무부 장관, 그레그 클라크 산업부 장관, 데이비드 먼델 스코틀랜드 담당 장관이 공개적으로 메이 총리에 반발을 표한 것이 일례다.
영국 하원은 지난 12일 2차 승인투표 부결에 이어 13일 아무런 합의없이 EU를 탈퇴하는 이른바 노 딜(No Deal) 브렉시트도 거부했다. 어떠한 경우에도 영국이 '탈퇴협정 및 미래관계 정치적선언' 없이 EU를 떠나는 것을 거부하는 내용의 캐럴라인 스펠맨(보수당)ㆍ잭 드로미(노동당) 의원 수정안은 찬성 312표, 반대 308표로 4표 차로 이날 하원을 통과했다. 수정안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이른바 정치적 구속력을 갖고 있다. 의회 표결 직후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전장 대비 2.01% 급등하며 9개월래 최고치를 찍는 등 강세를 나타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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