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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반려견 목줄 풀고 되레 큰소리…도그포비아 부추기는 견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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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목줄 미착용 단속 어려워…"과태료 부과 쉽지 않다"

견주들, 책임감·배려심 필요…비견주도 '개에 다가갈 땐 허락 받고'

뉴스1

목줄을 착용한 개.(이미지투데이 제공)©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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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 눈에서 독기가 느껴졌다. 다부진 체격에 군살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그의 모습은 '공포' 그 자체였다. 나를 바라보는 그의 입가는 실룩거렸다. 날카로운 이빨이 조금씩 드러났다. 그의 옆에 보호자가 있었음에도 공포는 가시질 않았다. 나도 모르게 뒷걸음치던 와중에 그의 목에 줄이 없다는 걸 알게 됐다. 그는 내 주변으로 뛰어왔고, 피하려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

대학원생 이모씨(26)는 지난 8일 동네에서 있었던 목줄 풀린 개와의 만남에 대해 이같이 기억하고 있었다. 이씨는 어릴 때 개를 마냥 귀여워하며 키웠던 경험이 있다. 그러나 이번에 만난 개는 무섭게 생기지 않았음에도 그에겐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개 옆에는 견주가 있었다. 그러나 목줄이 없었고, 개는 그 상태로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문득 '혹시 나한테 달려들면 어쩌지'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이씨는 겁이 났다고 말했다. 그는 "개를 피하다 넘어진 뒤에도 견주는 '옆에 가지도 않았는데'라고 하며 개를 데리고 떠났다"며 "주인에겐 한없이 사랑스럽겠지만, 다른 사람에겐 공포라는 걸 왜 모를까"라고 한탄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실제로 많은 견주들은 개에 목줄을 하지 않고 공공장소에 나간다. 그 결과 목줄을 하지 않은 개들 때문에 공포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도그포비아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다.

견주들이 개 목줄을 하지 않는 이유는 '개들이 싫어해서, 힘들어할까봐, 또는 귀찮아서'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견주들에게 개 목줄 미착용 등 소유자 준수사항 의무를 지키지 않는 이유를 물어보니 '개들이 하지 않으려 해서'라는 응답이 40.9%나 나왔다. 의무를 지키는 것이 '귀찮다'는 응답도 25.7%에 달했다.

그러나 공공장소에서 개들이 목줄 착용을 하는 건 법적 의무사항이다.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1차 적발시 과태료 20만원, 2차 30만원, 3차 50만원이 부과된다. 하지만 인력부족, 견주인식부재 등으로 단속이 힘든 상황이다.

단속 관계자에 따르면 견주가 위반사실을 인정하고 자신의 신분을 알려줘야 한다. 그러나 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우가 많다고. 위반사실을 인정한다 해도 인적사항을 안 알려주고 도망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단속반원들과 말다툼을 하는 등 곤란한 상황들도 생긴다. 경찰처럼 강제로 신원 등을 확인할 수도 없다. 그나마 지난해 개물림 사건이 알려진 이후 개에 목줄 착용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하지만 여전히 동네나 골목길 등지에서는 목줄을 안 매는 경우가 많은 실정이다.

그러다보니 있으나마나 한 법이란 말까지 나온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반려견 목줄 미착용으로 과태료가 부과된 경우는 단 16건에 불과했다. 일부 구에서는 과태료 부과건수가 0건인 경우도 있었다.

개목줄 미착용 문제는 개물림 사고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아 개선이 시급하다. 소방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개물림 사고로 병원에 이송한 환자는 6883명으로, 하루 평균 6.29명꼴로 사고를 당했다. 2016년 2111명, 2017년 2404명, 2018년 2368명으로 지난해엔 전년보다 소폭 줄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개물림 사고를 당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견주와 비견주가 서로 책임감과 배려심을 갖고 펫티켓을 실천해 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우선 비견주는 거리의 개들에게 무작정 다가가거나 만지지 말고 견주에게 물어본 뒤 행동해야 한다. 개들이 깜짝 놀라 튀어나오거나 무는 행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견주들은 목줄 착용 등 소유자가 지켜야 할 준수사항을 잘 지키면서 비견주들이 개를 무서워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항상 갖고 있어야 한다. 개 목줄 착용이 자신의 개의 안전을 위해서라는 점도 인식해야 한다.

서울시 동물보호과 관계자는 "지나가는 사람들은 개가 무작정 예쁘다고 들이대선 안 되고, 견주들도 단속 때문이 아니라 개의 교통사고나 유실사고 등을 막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서 목줄을 착용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며 "소유자의 책임감 있는 관리가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lg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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