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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시리아내전 만 8년…외세 각축에 종전 논의 지지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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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의 봄' 민중봉기서 내전 비화…대리전 양상 전개되며 장기화

8년간 36만명 넘게 사망…인구 과반 1천200만명 국내외 피란

아사드, 1년 새 수도권·남부 완전탈환…북부서 충돌 불씨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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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내전 최대 격전지 알레포 파괴 현장…교전 후 2년 넘게 방치
[AFP=연합뉴스]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시리아내전이 오는 15일(현지시간)로 만 8년을 맞는다.

2011년 3월 튀니지를 시작으로 중동 일대에서 들불처럼 번진 '아랍의 봄' 민중봉기는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정권의 독재 아래 있던 시리아를 휩쓸었다.

아사드 정권의 반정부 시위 유혈진압은 다수 수니파 세력의 분노에 불을 댕겼고, 대규모 시위는 결국 내전으로 악화했다.

시리아내전이 만 8년간 종식되지 못한 것은 전쟁이 열강과 지역 강국의 대리전으로 전개된 탓이 크다.

전쟁 초기 약 2년간 수적으로 앞선 반정부 진영이 우세했지만 시아파 맹주인 이란이 개입해 아사드 정권 붕괴를 간신히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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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뜨거운' 포옹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전쟁 5년째인 2015년 여름 아사드 정권은 자칫 무너질지 모를 수세에 몰렸다.

시리아군은 모든 전선에서 반군에 밀리고 있었고, 시리아 영토의 4분의 1만 아사드 정권의 통제 아래 남았다.

혼란을 틈타 국가를 참칭한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가 파죽지세로 확장했다.

전세를 완전히 뒤집은 건 2015년 9월 러시아의 개입이다.

시리아 서부 타르투스에는 러시아의 유일한 지중해 해군기지가 있다.

중동 내 입지와 이익을 지키러 나선 러시아군의 공습에 힘입어 시리아군은 2016년 말 제2 도시이자 최대 격전지 알레포에서 승리하며 내전의 분수령을 만들었다.

이듬해에는 중서부 홈스와 하마의 반군도 잇달아 퇴각했다.

지난해 4∼5월 아사드 정권은 수도 다마스쿠스 동쪽 동(東)구타와 야르무크 캠프를 장악, 수도권을 모두 탈환한 데 이어 7월에는 골란고원 경계선까지 진격해 남부 대부분을 탈환했다.

내전 만 8년이 지난 현재 아사드 정권은 영토의 70%를 통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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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서부 흐메이밈에 있는 러시아 공군기지
[EPA=연합뉴스]



반군 지역은 시리아 북서부 이들립주(州) 대부분과 알레포·하마 일부로 위축됐다.

반군 세력을 지원한 수니파 지역 강국 터키는 작년 9월 아사드 정권의 '후견인' 러시아와 완충지대 설치에 합의, 반군의 보호막을 만들었다.

러시아와 터키의 합의에 따라 최근까지 반군 지역에는 간헐적 충돌을 제외하곤 대체로 휴전이 유지됐다.

유프라테스강 동쪽 지역은 IS 격퇴전을 위해 시리아에 개입한 미군의 지원을 받는 쿠르드 세력이 장악했다.

작년 말 도널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시리아 철군 결정 후 시리아 북동부는 불확실성이 되레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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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8일 시리아 반군 지역 정찰하는 터키군 차량
[AFP=연합뉴스]



작년 1월 승자인 러시아 주도로 소치에서 열린 '시리아 국민 대화'에서 전후 체제를 논의할 '헌법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합의가 도출됐으나 1년이 지난 현재까지 협상이 지지부진하다.

여기에 시리아 내 이란의 패권주의를 경계하는 이스라엘이 수시로 시리아를 공습, 사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어 놨다.

이처럼 열강과 주변 강국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며 대리전 양상을 띠게 된 시리아내전은 끝날 듯 끝나지 않으며 시리아인의 고통이 길어지고 있다.

내전 감시단체 등에 따르면 10일(다마스쿠스 현지시간) 현재까지 시리아 사태로 숨진 인명은 36만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1년 새 사망자가 1만명 가까이 늘었다.

내전 이전 인구 2천100만명의 절반인 1천200만명이 피란민이 됐다. 피란민 중 560만명은 국외 난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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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 그리스 인접 터키 국경 길바닥에서 잠든 시리아 난민 어머니와 아기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경제 역시 반토막이 났다.

월드뱅크에 따르면 2009년 이후 기업 56%가 폐업하거나 국외로 이전했다.

하루 1.9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 빈곤 상태 인구 비율이 2011년 이후 갑절로 늘어 69%에 이른다.

유엔이 추산한 재건 비용은 2천500억달러(약 290조원)이나 된다. 아사드 정권은 이보다 훨씬 많은 4천억달러(약 450조원)가 들 것이라고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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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시리아 북부 만비즈의 미군 주둔지
[AP=연합뉴스 자료사진]



러시아는 국제사회가 시리아 재건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나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은 현재 상태에서 재건 지원은 아사드 정권과 러시아를 이롭게 할 뿐이라고 인식하며 지원에 소극적이다.

다만 중동 난민 사태의 영향을 직접 받은 유럽은 미국과는 시리아 사태를 보는 시각이 다를 수밖에 없다.

12일 유엔과 유럽연합은 브뤼셀에서 '시리아 일대의 미래 지원'을 주제로 세 번째 콘퍼런스를 공동 개최하고 시리아 지원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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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그리스로 넘어가려는 난민 행렬과 대치한 터키 경찰병력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9년 차 내전이 올해 끝나려면 전후체제를 논의하는 정치 절차에 돌파구가 마련돼야 하지만 시리아 사태의 당사자와 개입 세력, 즉 아사드 정권, 반정부 세력, 쿠르드, 러시아, 서방, 터키, 이스라엘, 이란 접점이 아직은 보이지 않는다.

IS의 폭정이 종식된 것은 다행스럽지만, IS의 이데올로기가 건재하고 충성도 높은 조직원도 수만명 규모로 남아 그 위협은 사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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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북서부 반군 지역 장악한 알카에다 계열 급진조직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올 들어 반군 지역 대부분이 알카에다 시리아지부를 계승한 급진조직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에 장악되면서 북서부에서 정부군과 반군의 긴장이 다시 고조됐다.

일부 전문가들은 러시아·시리아군이 이달 말 터키 지방선거 이후 이들립 상대로 공세를 펼칠 것으로 전망한다.

시리아 쿠르드 세력을 최대 안보 위협으로 여기는 터키는 미군 철수 후 시리아 북동부 국경지역에서 기습적으로 군사작전을 전개할 가능성이 있다.

9년 차에 접어든 시리아내전은 대부분 전선에서 포연이 거의 사라졌다. 그러나 단기간 내 종전을 점치기도 힘든 위협 요인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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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5월 시리아 내 이란 쿠드스군을 공습하는 이미지라며 이스라엘군이 공개한 이미지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t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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