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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주둔비용+50%’ 트럼프 공식, 분담금 1조원서 3조∼8조원 치솟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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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동맹국의 미군 주둔비를 대폭 인상하는 새 방위비 분담금 모델을 꺼내 들었다는 외신 보도가 잇따르면서 한ㆍ미 관계에서 방위비분담금 갈등이 더욱 현실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미군 주둔국에게 실제 주둔비용을 다 받고 여기에 50%를 추가로 부담시키는 방안을 구상했다. WP는 “올해 한국이 선호하는 유효기간 5년짜리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협상 대신 1년 합의가 이뤄졌다”며 “당장 다음 협상부터 한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직면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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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오른쪽) 외교부 장관과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가 지난 8일 오후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주한미군 주둔비용 가운데 한국이 부담해야 하는 몫을 정한 한미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SMA)에 공식 서명한 후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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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트럼프 대통령의 ‘주둔비용+50%’ 계산법을 개략적으로 적용하면 한국이 내년도 방위비 분담금으로 내야 할 비용은 3조원이 넘는다. 한국이 올해 서명한 분담금이 현재 주한미군 주둔비용의 약 50%라는 추정을 따랐을 때다.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 사령관은 2016년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은 주한미군 전체 주둔 비용의 약 50%에 해당한다”고 증언했다. 이 답변을 적용할 경우 현 분담금 1조389억원의 100%인 2조778억원이 총 주둔비용이 되고 여기에 50%를 더 붙이면 3조1167억원이 된다. 정부 관계자는 “올해 분담금이 1조원을 넘는지를 놓고서도 국민 여론이 부정적이었다”며 “3조 원대 협상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이 현재 분담금에서 50% 인상된 1조5000억원 정도를 절충안으로 제시할 가능성은 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트럼프 특유의 협상술로 해석된다”며 “100% 목표를 위해 150%를 부르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만의 숫자에 맞춰 ‘주둔비용+50%’을 적용하면 천문학적 액수가 산출된다. 지난달 12일 트럼프 대통령은 관료회의에서 “한국은 한 해 우리에게 50억 달러(약 5조6859억원)를 부담시키면서 5억 달러(약 5685억원)만 내고 있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그대로 적용해 ‘미국의 한 해 부담’을 주한미군 주둔비용으로 간주할 경우 ‘주둔비용 50억 달러+25억 달러’라는 계산이 나온다. 미국이 매기겠다는 방위비분담금은 75억 달러(약 8조5275억원)에 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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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회원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 앞에서 이날 열린 한미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SMA) 공식 서명에 반대하며 1인 시위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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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새 분담금 모델이 실현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는 입장이다. 세 배건 여덟 배건 협상으로 수용할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협상전략이 한·미동맹 등 안보 태세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군 안팎에선 미국의 분담금 대폭 인상 요구가 주한미군 철수 또는 감축 여론으로 이어질까 촉각을 곤두세우는 기류가 감지된다. 익명을 요구한 군 장성은 “지난해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등에서도 주한미군 철수는 없다는 방침이 양국간 꾸준히 확인이 돼왔다”며 “그럼에도 안보 현안이 돈을 둘러싼 양국 대립으로 읽혀 국민 감정을 자극하지 않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박원곤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의 철수를 주장하는 반미 단체에 명분을 주고 있다”며 “이들이 반미 감정을 등에 업고 여론을 자극할 경우 한ㆍ미동맹은 상처를 입는다”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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