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 길원옥 할머니 "죽기 전에 진실을…" 호소

[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the L] 2심 법원에 호소문 제출…"일본이 '강제연행' 인정했는지 국민이 알게 해달라"

송기호 변호사가 길원옥 할머니의 호소문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중 한 명인 길원옥 할머니가 "죽기 전에 진실을 밝히길 원한다"며 한·일 위안부 합의 협상 문서가 공개될 수 있게 해달라고 법원에 호소했다.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협상 문건 공개 소송을 진행 중인 송기호 변호사는 7일 서울고법 행정3부(부장판사 문용선) 심리로 열린 항소심 변론에서 길 할머니의 호소문을 낭독했다.

호소문에서 길 할머니는 "저는 '위안부'라고 불렸던 23명의 생존 할머니 중 한 사람"이라며 "고향은 평양이고, 13살에 일본에 의해 끌려가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당했다"고 밝혔다. 이어 "제 나이 이제 92살이다. 죽기 전에 꼭 진실을 밝히기를 원한다"며 "일본이 위안부 문제의 진실인 강제연행을 인정했는지를 국민이 알게 해주시기를 간절히, 진심으로 호소한다"고 했다.

송 변호사는 낭독을 마친 뒤 "1심에서 승소할 때만 해도 40명의 할머니가 살아계셨는데 이제 22명밖에 남지 않았다"며 "이 사건은 단순한 외교 관계의 성격이 아니라 할머니들의 권리구제라는 점을 헤아려달라"고 말했다.

박근혜정부는 2015년 12월 일본과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협상을 타결했다. 박근혜정부는 협상 타결을 발표하면서 "이 문제(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타결됐음을 확인한다"고 했다.

이 협상 과정에 피해 당사자인 피해 할머니들의 의견은 배제됐다. 피해 할머니들은 위안부 사건은 일본 정부가 주도한 전쟁범죄이며, 일본 정부가 이를 스스로 인정하고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핵심 내용들이 반영되지 않은 합의는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에 송 변호사는 피해 할머니들이 위안부로 강제연행됐다는 사실을 일본 정부가 합의 과정에서 인정했는지 확인하겠다며 관련 문건 공개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1심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피해자 개인들로서 결코 지워지지 않을 인간의 존엄성 침해 문제였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는 국민의 일원인 위안부 피해자를 지켜주지 못하고 제대로 살피지 못한 데 대한 채무의식을 가지고 있는 문제로 사안의 중요성이 매우 크다"며 해당 문서를 공개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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